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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 5개월 연속 적자 늪…반도체 수출 26개월 만에 역성장

입력 | 2022-09-01 09:04:00


우리나라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수출 실적 최고기록 달성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 수출을 이끌던 반도체도 26개월 만에 역성장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22개월 연속 증가하는 저력을 보였지만, 최근 수출 증가율은 두 달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등 다소 둔화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주요 에너지원 수입액이 급증하고 반도체 수출액이 줄면서 무역수지는 지난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8월 수출 역대 최고실적에도 무역수지 5개월 연속 적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2022년 8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66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32억 달러) 기록한 최고 실적을 웃돌며 역대 8월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우리 수출은 2020년 11월 이후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 월별 증가율은 ▲1월 15.2% ▲2월 20.6% ▲3월 18.2% ▲4월 12.3% ▲5월 21.3% ▲6월 5.4% ▲7월 9.4%로 최근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모습이다.

반면 지난달 수입액은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원과 원부자재 수입이 증가하면서 1년 전보다 28.2% 늘어난 661억5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96억6000만 달러)보다 91.8% 늘어난 185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수입 증가세를 주도하며 무역 적자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수출 최고실적에도 수입액이 수출액을 상회하며 무역수지는 94억7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이는 5개월 연속 적자 기록으로 지난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산업부는 “에너지원, 반도체, 정밀화학원료 등 원부자재 수입이 증가해 역대 최대 수입액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15대 품목 중 6개 수출 증가…반도체 수출 26개월 만에 역성장

품목별로 보면 15대 주요 품목 중 6개 품목 수출이 늘었다. 특히 석유제품·자동차·이차전지 수출액은 역대 월간 기준 1위 기록을 경신했지만 우리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가 26개월 만에 수출이 감소했다.

반도체는 16개월 연속 100억 달러는 유지했으나, 소비자 구매력 감소와 과잉재고 등으로 2020년 6월(-0.03%) 이후 26개월 만에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반도체 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다.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지연과 그간 축적된 재고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가격 하락세가 우려된다.

올해 반도체 가격은 (D램 고정가) 1분기 3.41달러, 2분기 3.37달러로 지속해서 하락했으며, 3분기 2.88달러, 4분기 2.50달러로 추가 하락이 전망된다.

반면 주력산업인 자동차는 전년 대비 개선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과 친환경차 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최대 수출국인 미국으로의 수출 증가하면서 역대 8월 중 1위(41억2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석유제품도 고유가에 따른 높은 수준의 단가가 유지되는 가운데, 항공유 중심의 세계석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65억7000만 달러(113.6%)를 기록, 2개월 연속 6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차전지는 선진 시장 친환경 정책에 따른 전기차 수요 확대 등의 추세가 이어지면서 35억7000만 달러를 달성, 2개월 연속으로 월 기준 최고 수출액을 경신했다.

◆美·EU 등 6개 지역 수출 증가…중국 수출은 뚝

지난달 수출을 지역별로 보면 9대 지역 중 6개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아세안과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시장은 수출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대(對) 중국 수출은 감소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자동차·석유화학·차 부품 등 주요 품목이 선전하며 13.7% 늘어난 87억6000만 달러로 역대 8월 기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아세안으로의 수출도 21.7% 늘며 10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상회했다. 반도체·석유제품·철강 등 품목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유럽연합(EU) 시장으로는 석유제품·이차전지·일반기계 등 품목 수출이 늘어 7.3% 증가한 54억 달러였다.
일본으로의 수출은 2.2% 증가한 25억8000만 달러, 인도 지역 수출은 27.1% 증가한 16억3000만 달러였다. 중동 지역 수출액도 7.8% 증가한 13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최대 교역국인 대(對) 중국 수출은 131억3000만 달러로 5.4% 감소했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되며 성장세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반도체, 무선통신 품목 등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중남미 지역 수출은 4.1% 감소한 22억3000만 달러였다. CIS 지역 수출액도 8억6000만 달러로 10.6% 줄었다.

◆정부 “수출 활력 제고 지원…민관 합동 체계 가동”

정부는 대규모 에너지 수입 증가 등으로 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한 만큼 수출 확대를 통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총력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무역금융·물류·해외인증 등의 수출지원 확대와 수출현장의 규제 해소를 통해 우리 업계 수출 활력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의 고도화, 바이오·이차전지·프리미엄 소비재 등 수출 유망산업 육성, 방산·원전·플랜트 등 대규모 수출 프로젝트의 조기 성과 창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리 주재 ‘무역투자전략회의’와 수출기업 애로를 현장에서 해소하는 ‘수출현장지원단’ 등 민관 합동 수출 총력지원체계도 가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