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자칫 ‘휴짓조각’ 될 수 있다며 주의 당부
서울에 사는 대학생 A 씨(23)는 최근 군 복무 시절 모았던 돈의 30%를 잃었다. 올 5월 군에서 제대한 뒤 7월 초 300만 원을 대표적인 미국 ‘밈 주식’인 AMC엔터테인먼트(AMC)에 투자한 A 씨는 7월 말 40% 가량의 수익을 남기고 주식을 모두 팔았다. 밈 주식은 회사의 재무 상태나 실적 등과 상관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종목을 말한다.
짜릿했던 경험에 A 씨는 군 복무 시절 가입한 적금 1000만 원을 깨고 지난달 미국의 생활용품 판매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Y)에 투자했지만 지난달 말 주가가 추락하자 30%에 가까운 손실을 남기고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 이후 A 씨는 밈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에 사는 B 씨(30)는 지난달 ‘1세대 밈 주식’인 게임스탑에 500만 원을 투자했다가 1주일 만에 10%의 수익을 남기고 주식을 팔았다. B 씨는 다음 투자 타이밍을 살피고 있다. 마침 지난달 말 밈 주식 대부분이 급락하자 그는 저가에 대량 매수한 뒤 반등하면 팔아버릴 생각을 갖고 있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대표적인 해외 밈 주식인 AMC와 BBBY를 총 4억9360만 달러 어치 거래했다. 특히 AMC 주식은 지난달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 순위 3위였다.
밈 주식은 지난해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의 공매도에 맞서는 과정에서 세력을 결집하며 폭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장 먼저 개미들의 타깃이 된 게임스탑은 지난해 1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 대상이 된 이후 지금까지도 대량 매도와 매수가 반복되며 주가가 출렁거리고 있다. 지난달에도 BBBY를 대량 매수했다가 가격이 치솟자 매도해 약 1460억 원을 벌어들인 미국의 20대 대학생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밈 주식은 또다시 국내외 투자자들의 화제가 됐다.
하지만 밈 주식 대부분은 변동성이 극심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AMC 주식은 지난달 1일 15.37달러에서 11일 25.46달러로 65.7% 올랐지만 31일에는 도로 9.12달러로 떨어져 64.2% 폭락했다. BBBY의 경우도 지난달 1일 5.77달러로 시작해 17일 23.08달러까지 올라 무려 300%의 수익률을 보였지만 이내 추락해 31일 9.53달러까지 떨어졌다. 다른 주식들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밈 주식인 노바백스와 도어대시의 경우 8월 한 달 간 최저가 대비 최고가 배율은 각각 1.9배, 1.4배에 달할 정도로 변동성이 컸다.
전문가들은 밈 주식 기업들의 재무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현재 밈 주식에 투자하는 젊은 서학개미들은 굉장히 뜨거웠던 주식시장이 1년 만에 급격히 침체되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언제 부도가 날지 알 수 없는 기업에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