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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폐배터리 시장 美 거점 확보… 현지 재활용 전문기업 최대주주 올라

입력 | 2022-09-01 19:53:00

미국 어센드엘리먼츠와 주식매매계약 체결
어센드엘리먼츠, 폐배터리서 희소금속 추출 기술 보유
올해 초 ‘테스’ 인수해 글로벌 재활용 밸류체인 구축
‘인플레감축법’ 등 주요국 공급망 제한 극복 대안




SK에코플랜트가 오는 2050년 600조 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미국 혁신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31일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혁신기업 ‘어센드엘리먼츠(Ascend Elements)’와 약 674억 원(5000만 달러) 규모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폐배터리 사업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빠른 성장이 진행되는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체결식은 미국 뉴저지 소재 SK에코플랜트 미국법인에서 진행됐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과 마이클 오크론리(Michael O’Kronley) 어센드엘리먼츠 CEO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투자는 시리즈C 투자(시장 점유율 확대와 사업 가속화를 위한 투자)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번 투자로 SK에코플랜트는 어센드엘리먼츠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어센드엘리먼츠는 지난 2015년 메사추세츠 주에 설립된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업체다. 독자적인 재활용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북미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중 하나라는 평가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 핵심은 안정적인 물량확보와 기술력에 있다. 세계 각지에서 확보한 폐배터리에서 안전하고 신속하게 니켈과 코발트 등 희소금속을 추출하고 이를 토대로 고품질 전구체를 재생산하는 기술에서 경쟁력이 좌우된다. 전구체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기초 재료다. 어센드엘리먼츠는 폐배터리에서 희소금속을 개별적으로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폐배터리로부터 불순물만 따로 제거한 후 공침을 통해 전구체까지 바로 생산하는 혁신 기술도 갖췄다. 기술경쟁력은 물론 개별 금속 추출 공정이 간소화되면서 원가경쟁력까지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올해 초 인수한 전기·전자 폐기물(E-waste) 전문기업 테스(TES)와 함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유럽과 아시아 등 다수 글로벌 처리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테스 폐배터리 물량과 어센드엘리먼츠 투자로 확보한 북미 거점 등을 통해 글로벌 고객을 선점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주도한다는 복안이다.

SK에코플랜트는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해 ‘허브앤스포크(Hub&Spoke) 전략’을 전개할 예정이다. 허브앤스포크 전략은 자전거 바퀴 중심축인 허브와 바퀴살 스포크가 펼쳐진 것처럼 각 지점 물량을 중심에 집중시키고 다시 지점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말한다. 먼저 테스를 통해 폐배터리 물량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테스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을 비롯해 21개국 43개 시설에서 E-waste 및 폐배터리 처리시설을 운영 중이다. 업계 최다 거점을 보유한 기업이라고 한다. IT기기나 전기차에서 나온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시설은 현재 싱가포르와 프랑스, 중국 등에서 운영 중이다. 유럽 최대 규모 항구 중 하나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호주 시드니 서부 등 추가 거점 확보도 꽤하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은 배터리에 사용되는 희귀금속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련 법을 공표하는 등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일정 비율 이상 배터리 광물과 부품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은 전기차만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유럽 역시 원자재법(RMA) 도입을 추진하면서 유럽 내 광물 생산, 폐배터리 재활용 활성화 등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법안 모두 완제품 뿐 아니라 공급망 단계에서 역내 조달을 강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내의 경우 올해 상반기 수입된 주요 배터리 소재 NCM(니켈·코발트·망간 등)의 97%가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생산 이력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서 SK에코플랜트의 이번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고 글로벌 움직임에 발맞춰 다양한 사업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를 폐배터리에서 뽑아내 재활용하면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안정적인 자체 공급망도 확보할 수 있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금속을 광산에서 채굴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부후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미국 혁신기업 투자를 통해 전 세계 주요 거점에서 폐배터리 물량 확보를 위한 글로벌 리사이클링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다”며 “폐배터리 산업의 2가지 핵심인 혁신기술과 물량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