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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기념관 건립 위치 놓고 예산-홍성군 신경전

입력 | 2022-09-02 03:00:00

항일유적 등 관리-보존 복합시설
충남도, 2027년까지 건립 계획
지자체 “우리가 최적지” 기싸움




충남도가 민선 8기 공약 사업으로 추진하는 의병기념관 건립 위치를 두고 예산과 홍성의 기싸움이 팽팽해지고 있다.

이용록 홍성군수는 지난달 25일 김태흠 충남도지사를 비공개 면담한 자리에서 “국내 최대 항일 의병운동이 일어난 홍성에 의병기념관이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설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군수는 “홍성에는 을사늑약 이후 홍주성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순국한 수백 명의 유해가 묻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홍주의사총 등 의병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며 “당연히 의병기념관은 홍성에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의병기념관은 항일유적 등 관련 자료를 한곳에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하는 복합시설이다. 도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국·도비 300억 원을 들여 건립하겠다는 방침을 민선 8기 도정 과제로 확정됐다.

그러나 건립지가 예산으로 결정됐다는 소문이 나면서 홍성의 조직적 반발이 시작됐다. 홍성군의회도 “충청 의병 활동을 한곳에 집대성하는 의병기념관을 이런 역사적 사실과 동떨어진 곳에 건립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홍성 입지를 주장하는 성명을 냈다. 홍성이 지역구인 충남도의원 2명도 최근 김 지사를 면담하고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군은 홍성 건립의 당위성을 담은 건의서를 도에 제출했다. 건의서에 따르면 홍주의병은 1896년과 1906년 2차례 봉기하고 홍주읍성에서 일본 정규군과 전투를 벌였으며 전국 의병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홍성에 홍주읍성, 홍주의사총, 병오항일의병기념비 등 의병 관련 역사유적이나 기념시설이 많은 이유다. 건의서는 “홍주읍성 복원·정비사업과 연계한 의병기념관을 홍주읍성 내 건립해 충남 의병사의 산실로 구축해야 한다”며 부지 확보 계획까지 제시했다.

이에 예산군은 “도지사 공약에 의병기념관은 충의사(윤봉길 의사 기념관)와 연계해 건립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예산군 관계자는 “홍주 의병이 궐기할 때 그 최초의 집회가 예산군 광시면에서 열렸다”며 “의병기념관은 윤봉길 의사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하고 의병 활동도 활발했던 예산으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군은 예산의 의병 활동에 대한 자료집을 만들어 당위성의 근거 자료로 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병기념관 건립지가 첨예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지난달 19일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주최로 충남도서관에서 열린 ‘충남의 의병전쟁 정체성’ 포럼에는 400여 명에 이르는 홍성과 예산 주민이 자리를 가득 메워 높은 관심을 보였다.

충남도는 충남 의병기념관이기 때문에 건립지가 꼭 홍성이나 예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아직 의병기념관의 위치는 어느 곳으로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내년 상반기쯤 기본계획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입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