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유엔 “中, 신장서 수감자 물고문-성폭행… 위구르족 인권탄압”

입력 | 2022-09-02 03:00:00

中의 인권침해 첫 공식 인정



지난해 4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촬영된 구금 시설. 서방은 당국이 이곳에서 위구르족을 상대로 각종 잔혹 행위를 한다며 규탄해 왔다. 지난달 31일 유엔 인권사무소는 위구르족을 상대로 한 차별적 구금은 반인도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루무치=AP 뉴시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중국이 신장지역 소수민족 위구르족의 인권을 탄압해 왔다는 보고서를 지난달 31일 공식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중국 정부 직업교육훈련센터(VETC)에 수감된 위구르족이 받은 인권 침해 관련 증언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번 보고서는 2018년 OHCHR가 신장지역 인권 침해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지 4년 만에 나왔다. 서방 언론에서 위구르족에 대한 집단강간과 고문을 비롯한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지만 유엔 차원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무효이고 허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호랑이 의자’ 물고문에 성폭행도
46쪽 분량의 보고서는 위구르족과 이슬람 소수민족이 VETC에 수감되는 과정에서부터 벌어진 인권 침해 관련 증언을 소개했다. 중국 정부는 이 시설이 극단주의와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교육기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모호한 법적 기준을 적용해 반체제 성향 인사들을 이곳에 자의적으로 구금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등장한 인터뷰 대상자 26명은 VETC에 짧게는 두 달에서 길게는 18개월 동안 구금됐다. 이들 중 3분의 2는 수감 과정이나 수감 중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서나 관련 시설에서 심문받을 때에는 상당수가 ‘호랑이 의자’라고 불리는 작은 의자에 팔을 묶인 채 앉아서 전기 곤봉 세례를 받거나 물고문에 시달렸고 독방에 감금되기도 했다. 수감 과정에서는 변호사의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없었고 가족들과의 연락도 제한됐다. 한 수감자는 “언제 풀려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끔찍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수감자에게는 성적 학대도 자행됐다. 여성 수감자에게 억지로 옷을 벗게 하거나, 카메라가 없는 공간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는 것. 교도관들이 구강성교를 강요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수감 중 족쇄를 채우거나 졸음을 유발시키는 알약을 강제로 복용하게 한 일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유엔 인권대표 임기 만료 13분 전 발표

미첼 바첼레트 인권최고대표(사진)는 4년 임기가 끝나기 불과 13분 전인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47분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 이슬람교도들에게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 이는 반인륜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 대응을 촉구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중국의 반발 속에 올 5월에야 신장 방문을 감행했다. 또 몇 달 전부터 보고서를 발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발표는 임기가 끝나는 날에야 이뤄졌다. 영국 BBC방송은 그가 지난달 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도 “보고서 출판 여부에 대해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중국 측 압박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 포괄적 공식 조사로 확대 여부 주목
해당 보고서를 발표 전에 사전 검토한 중국 정부는 131쪽 분량의 반박문을 통해 “반중세력의 허위 날조에 기반한 보고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불법적이고 무효이며 완전히 허위인 보고서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가 위구르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만큼 앞으로 유엔 차원에서 더 포괄적인 공식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권단체 ‘위구르 인권 프로젝트’ 오메르 카나트 사무총장은 “위구르 위기에 대한 국제적 대응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보고서에 ‘대량학살’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위구르족의 독립을 꾀하는 세계위구르회의(WUC)는 로이터통신에 “잔학행위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확인했다는 의의가 있지만, 더 진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