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주 한국테니스진흥협회(KATA) 사무차장이 경기 남양주체육문화센터 테니스코트에서 발리샷을 하고 있다. 22세에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은 그는 30년 넘게 코트를 누비며 건강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실하게 잡고 있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운이 좋았어요. 부부끼리 테니스 치는 모임에 들어갔는데 너무 좋았어요. 선수 출신 부부도 있고. 부부는 테니스 치고 아이들은 놀고. 게임 안 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돌봤죠.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어요. 전 잘 못 쳤는데 라인 그어주고 심판도 봐주면 선수 출신들이 포핸드 백핸드 난타를 쳐줬죠. 그러면서 실력이 쌓였어요.”
고미주씨는 29세 때 첫 대회에 나간 뒤 총 120번 넘게 우승해 아마추어 여성 테니스계의 최정점이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동호인 최강으로 군림하며 얻은 혜택도 많다. 라켓부터 유니폼, 운동화까지 후원을 받았다. 윔블던, US오픈, 프랑스오픈, 호주오픈 등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참관도 많이 했다. KATA가 챔피언들에게 주는 기회였다. 그는 “윔블던에만 4번 갔는데 파란 잔디 위에서 선수들이 흰색 유니폼을 입고 테니스 치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며 메이저 22승을 거둔 라파엘 나달(36·스페인)의 팬이 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볼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 투지가 너무 좋다”고 했다. 그의 플레이도 투지가 넘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니스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그를 본 성기춘 KATA 회장(72)이 2000년 초반 사무차장으로 영입했다. 1987년 만들어진 여성 테니스 동호회 풀잎클럽의 회장을 최근까지 맡기도 했다. 고 사무차장은 개인사업을 하면서도 20년 넘게 동호인 테니스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테니스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딸 결혼할 때였죠. 딸과 예비 사위도 테니스를 쳤고 사위 아버지도 테니스광이란 사실을 알았죠. 2020년 4월 결혼식을 앞두고 상견례를 인천 송도의 테니스코트에서 했죠. 저와 남편이 한 조, 사위와 사돈이 한 조로 복식을 치기도 했어요. 지금도 가끔 사돈 만나서 테니스 칩니다.”
대회 우승을 거듭하며 윔블던, US오픈, 프랑스오픈, 호주오픈 등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를 참관했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하는 고 사무차창. 그는 협회 일을 돕는 데도 열정을 아까지 않는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테니스는 생활이죠. 매일 밥 먹듯 안 하면 안 되는…. 가족보다 동호인들과 더 자주 만나요. 누가 안 나오면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되죠. 이렇게 살다 보니 이젠 테니스 없인 못 살 것 같아요.”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