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주연 씨(가운데)와 심사위원들. 사진 출처 sprudge 홈페이지
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
지금 당신이 마시는 커피는 10여 년 전의 그것과 다르다. 단일 농장에서 재배된 단일 품종의 커피를 뜻하는 ‘싱글 오리진’이 화제가 된 것은 2007년의 일이다.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제임스 호프먼은 그동안의 관행처럼 여러 종의 커피를 섞은 블렌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모든 생산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스페셜티커피의 장점을 알린 그의 강연은 전 세계에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 유행을 불렀다.
커피 혁신의 장면은 2014년 대회에서도 있었다. 영국 국가대표 맥스웰 콜로나대시우드는 커피를 추출하는 물의 성분을 분석하는 강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추출된 커피의 90%가량을 차지하는 물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다. 지금은 전 세계 상수도의 성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으며, 각 카페에서는 커피 전용 정수기를 활용해 더 좋은 커피 맛을 이끌어내고 있다.
월드커피이벤트(WCE)의 대표 종목인 WBC는 2000년 모로코의 몬테카를로에서 12개국의 바리스타가 참여하며 시작됐다. 각국 대표들은 15분 내에 에스프레소와 밀크 베버리지, 창작 음료를 4잔씩 만들어야 한다. 이 경연은 스페셜티커피를 다루는 바리스타들의 훈련 도구가 되어 왔다. 매년 열리는 대회의 규정은 조금씩 변화해 왔는데, 이를 통해 에스프레소 추출과 관련된 각종 절차부터 카푸치노 등에 올리는 우유 거품에 대한 규정까지 산업의 표준을 제시했다.
2013년 호주 대표로 출전한 바리스타 맷 퍼거는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새로운 그라인딩 방식을 선보이며 “새로운 도전은 두렵고, 최고의 커피를 찾아가는 과정은 위험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회는 이달 27일부터 30일까지 호주 멜버른 사우스와프에서 열린다. 한국은 2002년부터 대회에 참가해 왔고, 2019년 부산 ‘모모스커피’의 바리스타 전주연이 처음 월드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번에는 서울 연희동의 ‘디폴트 벨류’ 바리스타 신창호가 대표 선수로 나선다. 올해에는 또 어떤 혁신이 나와 커피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인가. 이번 대회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