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후 첫 추석, 상차림 한숨
5만원으로 산 식재료 확 줄었네 추석을 앞두고 주요 성수품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며 상차림 부담이 커졌다. 1년 전 5만 원으로 살 수 있었던 식재료(위 사진)와 올해를 비교하면 양이 확연하게 줄었다. 가격이 50% 안팎 치솟은 배추, 명태 등은 작년의 절반 정도밖에 못 산다. 제수용 과일인 사과도 6개에서 4개로 줄었고, 대추와 밤 개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충북 청주에 사는 나모 씨(63) 가족은 올해 추석 차례상에서 송편과 명태를 과감히 빼기로 했다. 2년간 안 왔던 조카들까지 모두 모이며 준비해야 할 음식이 무려 13인분. 상차림 비용만 생각하면 한숨부터 푹푹 나온다. 손길이 안 가는 음식은 포기하고 재료비가 비싼 부침이나 소고깃국은 밀키트로 조금만 올릴 예정이다. 그는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더 온다고 해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추석이 거리 두기 제한이 없어진 ‘첫 엔데믹 명절’로 일가친척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됐지만 식품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며 풍요로운 추석 상을 차리기 어렵게 됐다. 상차림을 간소화하거나 식재료를 한 푼이라도 싸게 사려고 발품 파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는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겹친 데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공급량이 떨어진 영향이 크다. 한 대형마트 농산물 바이어는 “폭우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비가 띄엄띄엄 내리며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농작물 출하량이 급감했다”고 했다. 추석 직전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륙이 예상돼 가격 오름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채소, 과일은 수확한 당일 또는 이튿날 바로 파는 경우가 많다”며 “다음 주 태풍으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