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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 “잃을게 없다, 그저 즐길 뿐”… 은퇴 대회서 일내나

입력 | 2022-09-02 03:00:00

US오픈 2회전 세계 2위에 2-1 승… “승리 예상했나” 질문에 “난 세리나”
1회전보다 관중 늘어나 역대 최다… 우즈도 관전, 윌리엄스 “내게 큰 힘”
래두카누-오사카 1회전 탈락에 메이저 최다우승 달성 기대감도



세리나는 세계랭킹 2위 아네트 콘타베이트를 2-1로 물리친 뒤 코트 인터뷰에서 ‘솔직히 놀랐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저, 세리나예요”라고 웃으며 “솔직히 최선을 다한 2세트를 내줘서 놀랐다. 3세트에서 더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위 사진). 이날 경기장을 찾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오른쪽)는 뒤늦게 도착한 윌리엄스의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를 반갑게 맞이하기도 했다(아래 사진). 뉴욕=AP 뉴시스


“네? 저 세리나인데요?”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가 ‘솔직히 오늘 경기 내용에 스스로도 놀라지 않았느냐’는 장내 아나운서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자 US오픈 테니스 대회 메인 코트인 아서애시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언제나 ‘현재’가 우선이다. 그래서 선수 시절 내내 ‘테니스 여제’로 통했던 윌리엄스도 은퇴 선언 후 참가한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언더도그’(승리 확률이 낮은 선수)라는 평을 들었다. 스포츠 베팅 업체 ‘시저 스포츠북’은 윌리엄스의 이번 대회 우승 확률을 2%로 평가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2회전에서 세계랭킹 2위이자 이번 대회 2번 시드를 받은 아네트 콘타베이트(27·에스토니아)를 2-1(7-6, 2-6, 6-2)로 꺾고 7번째 US오픈 우승을 향해 한 걸음 더 전진했다.

윌리엄스는 “힘들 때 다시 일어서는 게 내 특기”라면서 “연습을 정말 열심히, 또 잘했는데 (최근에 결과가 안 좋아서) ‘이건 내가 아닌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뉴욕에서는 연습한 내용이 결과로도 나오고 있다. 이 관중과 계속 함께했어야 했나 보다”라며 경기 내내 일방적인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세리나 윌리엄스가 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2회전에서 승리한 뒤 경기장을 나가며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있다. 1회전에 이어 세리나를 보려는 팬들이 몰려 이날 경기도 US오픈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뉴욕=AP 뉴시스

이날 아서애시 스타디움에는 관중 2만9959명이 찾아 이틀 전 윌리엄스의 1회전에서 나온 US오픈 역대 최다 관중(2만9402명) 기록을 새로 썼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윌리엄스의 경기를 지켜보러 경기장을 찾은 관중 속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도 있었다. 윌리엄스는 “우즈는 내가 여기서 아직까지 뛸 수 있게 만든 사람이다. (최근 경기에서) 졌을 때 모든 게 혼란스러웠는데 그때 우즈 같은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어 큰 힘이 됐다”며 “우즈와 ‘우리 같이 해보자’고 얘기하며 힘을 냈다”고 말했다.

2번 시드 선수를 물리쳤다는 건 남은 대회 일정을 두 번째로 좋은 대진표로 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윌리엄스는 8강에 가기 전까지는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와 맞붙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디펜딩 챔피언’ 에마 래두카누(20·영국·11위), 2020년 US오픈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25·일본·44위), 올해 윔블던 ‘퀸’ 옐레나 리바키나(23·카자흐스탄·25위) 등도 모두 탈락한 상태다.

윌리엄스는 3일 열리는 3회전에서 아일라 톰랴노비치(29·호주·46위)를 상대한다. 두 선수가 맞대결을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포츠 베팅 업체에서는 윌리엄스가 2-1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윌리엄스는 “난 더 이상 증명해야 할 것도, 더 이겨야 할 경기도 없다. 잃을 게 없다. 남은 경기는 그저 즐기겠다”고 말했다. 이제 사람들의 궁금증은 ‘윌리엄스가 몇 경기를 더 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마거릿 코트(80·호주)의 메이저 단식 최다 우승(24회)과 타이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를 향하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