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 맞아 현지 페스티벌 국내 덕수궁관서도 300여점 기획展
고기잡이, 1948년, 캔버스에 유채, 53.5×131.5cm(액자 포함).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프랑스 남부 바카라스 바닷가에는 높이 13m의 나무 조각품 하나가 우뚝 서 있다고 한다. 한국 근대 예술가 문신(1922∼1995)의 ‘태양의 인간’이란 작품으로, 1970년 바카라스에서 열린 국제조각심포지엄에서 처음 공개됐다. 현지에서는 올해 문신 탄생 100주년을 맞아 관련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고 한다.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1일부터 선보인 기획전 ‘문신(文信): 우주를 향하여’는 머나먼 타국에서 왜 문신이란 예술가를 재조명하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다. 회화와 조각 등 232점과 아카이브 100여 점을 통해 그의 인생과 예술 활동 전반을 소개한다.
문신은 일제강점기 일본 규슈 탄광촌에서 한국인 이주노동자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무렵 귀국해 아버지 고향인 경남 마산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16세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회화를 공부했다.
1961년 프랑스로 건너간 문신은 조각가로서 제2의 인생을 맞는다. 도불화가 김흥수 화백(1919∼2014)의 소개로 파리 서북쪽 ‘라브넬’ 고성 공사장에서 일하며 돌과 모래의 질감에 매료됐다. 미술관 측은 “조형의 기본 단위인 원과 선을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해 형태 그 자체에서 리듬감과 음률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람객이 조각 작품을 보고 “개미를 닮았다”고 해 그대로 제목이 됐다는 ‘개미’(1970년)나 전시 부제로 달기도 한 조각 시리즈 ‘우주를 향하여’는 문신의 심오하고 도전적인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준다. 내년 1월 29일까지. 2000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