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역대 최대] 8월 무역적자 94억7000만달러 14년만에 5개월 연속 적자 유가-환율 급등, 실질소득 감소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월간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적자 행진도 이어갔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복합위기가 본격적으로 한국 경제를 짓누르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출이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수입이 더 크게 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지난달 수출은 566억7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6% 늘었다. 반면 수입은 1년 새 28.2% 증가한 661억5000만 달러였다.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6월 이후 15개월째 수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이날 금융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3원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한 1354.9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높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2.28%, 2.32% 급락했다.
반도체마저 26개월 만에 수출 감소… 對中무역도 4개월째 적자
8월 무역적자 94억달러 역대 최대
주력 반도체까지 수출 7.8% 줄어 에너지-산업 중간재 수입은 급증
“올 무역적자 500억달러 달할듯”
최대 교역국 中과의 무역도 고전, 4개월 연속 적자는 30년만에 처음
한국의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은 국내 주력 품목인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제품 수출마저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이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이와 더불어 지난 수십 년간 최대 수출시장으로 자리매김하던 중국과의 무역 역조가 매우 심각한 양상이다. 주요국의 경기 부진과 동절기 에너지 수요 증가 등으로 무역적자가 앞으로 더 늘면서 연간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인 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수출 효자 반도체, 26개월 만에 수출액 감소
반도체 수출은 올 3월만 해도 38% 급증했지만 증가 폭이 급격히 줄어 7월에는 한 자릿수(2.1%)로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외에도 컴퓨터(―30.0%), 무선통신기기(―20.7%), 디스플레이(―5.7%) 등 ICT 품목 수출이 모두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 자산이 불어나는 등 반도체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반도체 수출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수출이 부진한 반면에 에너지와 산업 중간재 등의 수입은 대폭 늘었다. 석탄 석유 가스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전년 대비 91.8% 올랐고 수산화리튬, 니켈-코발트 수산화물을 포함한 정밀화학원료(82.8%) 수입도 크게 증가했다.
○ 對中 무역수지도 30년 만에 4개월 연속 적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줄어들고 있다. 8월 대중 수출액은 131억3000만 달러로 5.4% 감소했다. 수출이 주춤한 반면에 반도체, 정밀화학 분야의 중간재를 중국으로부터 대부분 수입하면서 8월 대중 무역수지는 3억80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올해 5월(―10억9000만 달러)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적자다. 대중 무역수지가 4개월째 적자를 보인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이 같은 현상은 양국의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기술력을 키우면서 한국을 많이 따라왔고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원자재 덕을 보며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여온 게 무역적자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1000만 달러(약 135억 원) 이상 수입품 중 특정 국가에서 전체 수입액의 75% 이상을 들여오는 품목은 636개였는데 이 중 중국이 351개(55.2%)로 가장 많았다.
○ 에너지 소비 많은 겨울철…적자 폭 확대 전망
무역적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반기에도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무역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중 갈등 등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분석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