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변협)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분쟁에서 우리 정부가 3000억여원(이자 포함)에 달하는 배상을 하도록 판정이 난 것과 관련, 관계자들의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론스타의 청구액(한화 약 6조원) 대비 4.6%에 불과한 수준으로 판정이 났지만 결국 배상금을 혈세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추후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변협은 2일 성명을 내고 “중재판정부는 정부가 위법하게 매각 승인을 지연시켰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형사재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포함해서 법률적·정치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국민은 의아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사건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에 론스타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는데, 당초 론스타 측이 주장했던 46억7950만 달러(약 6조3000억원) 중 약 4.6%인 2억1650달러(약 2900억원)을 배상하도록 판정했다.
여기에 이자 약 185억원을 포함하면 3000억원대 배상 결론이 나오면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결국 혈세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변협은 “치솟는 환율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3000억원 가까운 배상 금액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10년간 지연이자도 185억원에 달하며 투입된 소송비용만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의 표현처럼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최소한 3100억원 이상 지출해야 할 처지”라며 “핵심 쟁점에서 실질적 승소 비율이 62% 정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청구 금액의 95.4% 기각이라는 숫자에 현혹돼 자위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상기했다.
변협은 “론스타의 중재 제소 이후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엉성한 대응으로 애초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서 외환은행 인수 자격이 없었으며, 따라서 외환은행 인수가 원천 무효에 해당하고, 본 건 중재신청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법률적 쟁점을 제기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정부 관료들의 실책과 분쟁 대응 과정에서의 이해충돌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향후 새로 벌어질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비해서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며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금융감독 체제 마련 등을 통한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적확한 대응은 단지 국민 재산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국격을 지키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