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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대법관 퇴임…“대법관을 진보·보수 나눠 가두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

입력 | 2022-09-02 10:34:00


= 학자 출신으로 다수의 판례 변경을 이끌어낸 김재형 대법관이 오는 4일 임기를 마친다. 김 대법관은 대법관들을 진보와 보수의 틀로 가두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상고심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고 퇴임 일성을 전했다. 김 대법관은 지난 2016년 9월 취임한 지 약 6년 만에 임기를 마치고 법복을 벗는다.

김 대법관은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심리불속행 제도와 그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 전원합의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대법원은 중요한 사건에 집중하여 충분한 숙고를 거쳐 의미 있는 판결을 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상고심 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법원이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토대로 상고심 제도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법관을 보수 혹은 진보로 분류하여 어느 한쪽에 가두어 두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관이 보수와 진보를 의식하게 되면 법이 무엇이고 정의는 무엇인지를 선언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또 “저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중간도 아니다”라며 “제가 한 판결이 여러 의견을 검토하여 최선을 다해 내린 타당한 결론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입법이나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인데도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저는 너무 쉽게 문제를 넘기지 않고 사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관해 힘닿는 데까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전북 임실 출신의 김 대법관은 1986년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을 18기로 수료했다. 그는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양창수 전 대법관의 제의를 받은 김 대법관은 1995년 서울지법 판사를 끝으로 사직했다.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김 대법관은 ‘양심적 병영거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주심을 맡아 판례를 변경했다. 당시 전합은 14년 만에 개인의 양심이나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하는 이들을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국회의원 등 공인에게 ‘종북’, ‘주사파’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을 민법상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는 전합 판결의 주심도 김 대법관이었다. 정치적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 등 불법책임을 인정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대법관은 남성 간 성행위가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는 군형법상 추행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주심도 맡았다.

한편 김 대법관은 미쓰비시중공업(미쓰비시)의 국내자산 매각 사건의 재항고심 사건 중 한 사건의 주심도 맡아왔다. 다만 김 대법관의 실질적인 근무가 종료되면서 상표권 특별현금화명령의 결정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