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8)씨의 집인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한 아파트를 찾아 이씨의 손을 잡고 있다. 광주=뉴시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광주를 찾아 일제 강제징용자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과 외교 교섭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 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들에 대해 배상판결을 받은 이후 피해자들이 외교부 장관과 마주한 건 4년 만에 처음이다.
광주 광산구에 사는 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는 이날 박 장관에게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 강제징용 등을 겪은 숱한 고통을 전하며 “장관이 직접 신경 좀 써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 할아버지는 박 장관에게 2018년 대법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강제동원 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언론 보도 사본을 건네 보여주기도 했다. 이 할아버지의 딸은 박 장관에게 “100세 넘어 연로하신 아버지께서 늘 ‘재판에서도 승소했는데 왜 아직까지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신다. 일본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장관은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해진다”며 위로했고, 추석을 맞아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대신해 명절 인사를 하고 싶다며 이 할아버지에게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자택을 방문한 박 장관은 할머니로부터 자필 편지를 받았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본에 가면 중학교 보내준다고 하기에 갔는데 전부 거짓말이었다”며 “죽도록 일만 했지, 돈은 1원 한 장 받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근로정신대가 뭔지도 몰랐다”며 “결혼해서도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이 남편의 구박을 들었고, 시장에 나가면 사람들이 몇 놈이나 상대했나고 놀렸다”고 울분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흘린 눈물이 배 한 척 띄우고도 남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 장관은 두 피해자를 면담한 뒤 취재진에게 “두 분의 말씀을 하나도 빼지 않고 귀담아 듣고 또 당시의 상황 또 지금 현재 마음에 담고 계신 이야기를 생생하게 잘 들었다”며 “앞으로 오늘 피해자 분들을 직접 만난 것을 바탕으로 최대한 조속히, 진정성과 긴장감을 갖고 임해 강제징용 문제를 풀겠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