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전문성 부족, 사적 연구용역 수주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여기에 군 복무 혜택과 자녀 불법유학, 위장전입 등의 개인사도 도마 위에 올랐고, 한 후보자는 이를 해명하는데 진땀을 뺐다.
◆전문성 부족 지적에 “공정거래 연구 꾸준히 했다”
현재 한 후보자는 정부·공공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 용역과 각종 위원회 참가·자문 인력 등이 금융 분야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구 자료를 보면 책임연구원 또는 공동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연구용역 7건 가운데 1건만 공정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6건의 경우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보험연구원, 코리안리 등에서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받아낸 연구비는 2억6800만원에 달한다.
한 후보자는 “공정거래법에 관한 강의를 두 학기 한 바 있다”며 “구매 담합에 관한 논문도 기술한 바가 있고, 금융·통신·보험 관련 공정 경쟁이나 불공정 거래, 소비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적지 않은 논문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서울대에 재직하던 2009~2017년 기간 동안 정부·공공기관 연구용역을 사적으로 수주하거나 등록 누락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도중에 6건을 연구 등록했고,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는 7건”이라며 “이 두 자료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1개 항목만 일치하고 나머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계산대로 따지면 총 12건의 용역을 서울대 재직 시절에 수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청문회에 제출한 7건의 연구용역을 제외한 나머지 5건은 왜 등재하지 않았나, 감출 이유가 있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자는 “해당 규정을 본 적은 없다”며 “특별히 감출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이는 재보험 시장에 대한 경쟁법적 검토보고서”라며 “이 내용을 보험 재보험시장은 하나가 아니라 둘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 따라서 코리안리의 시장 점유율은 48%이고 쉽게 말하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코리안리는 61%의 시장 점유율로 지배적 사업자라는 혐의를 받고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후보자가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그때는 그렇게 판단했다”며 “학자적 양심에 따라 기술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재차 “지금은 코리안리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가”라고 묻자, 한 후보자는 “최근 현황은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위장전입 의혹에는 “부적절 처신” 사과
한 후보자는 과거 집주인의 요구로 주소지를 옮기는 등 위장전입 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한 후보자는 2012년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아파트에 살던 중에 흑석뉴타운 내 상가 건물로 주소지를 이전했다가 보름 후에 다시 원래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겨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졌다.
인사청문회에 앞서 한 후보자는 당시 집주인이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주소를 옮겨달라고 요구해 일시적으로 이전한 거라며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자 한 행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집주인이 은행을 속이는 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이다.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그때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생각한다.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한 공정위원장 자리에 오르면 주식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회에 제출한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한 후보자의 배우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약 40개 종목의 1억213만8000원 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우자가 가진 주식이 40종류가 된다”며 “공정거래위원장은 각 기업 활동에 간섭 내지 감독을 해 연관 회사가 몇 개가 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는 “저는 주식거래를 사실상 하지 않고 이번에 배우자 부분을 보고 꽤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된다면 주식거래는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석사장교 복무 상당한 혜택…자녀 불법유학 인지 못 해”
이날 인사청문회장에서는 한 후보자가 ‘석사장교’ 제도를 이용해 특혜를 누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980년대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이 제도는 석사 학위 소지자에게 지속적인 학문 기회를 주고자 6개월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면 소위 임관 즉시 전역시키는 제도다.
다만 한 후보자는 1990년 2월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이후 삼성생명에 입사했다는 점에서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제도를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자료를 내고 “삼성생명에서 입영 휴직(1990년 8월6일)을 해 6개월 군사교육을 이행(1991년 2월9일)한 후 복직(1991년 2월25일)한 바, 삼성생명에서 근무하며 석사장교로 복무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당시 6개월의 ‘석사장교’는 상당한 혜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공적인 부분에 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항상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자녀 불법유학 논란과 관련해서는 “당시에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 후보자는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인 장남을 영국 학교로 유학 보내면서 부모가 함께 체류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행법상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이 없으면 부양 의무자 없이 해외 유학을 갈 수 없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장남은 후보자의 배우자가 유학을 가면서 동반 출국해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됐다”며 “장학금 등 현지 학교의 적극적 지원, 장남 본인 의사 등을 모두 감안해 영국에서 학업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