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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바다 있는 곳에 생명 또한 있으니

입력 | 2022-09-03 03:00:00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케빈 피터 핸드 지음·조은영 옮김/424쪽·1만8000원·해나무




이 책은 어떤 과학자와 영화감독의 상상에서 시작했다. 영화 ‘타이타닉’(1998년)과 ‘터미네이터’(1984년) 시리즈를 만든 캐나다 출신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2003년 우주과학자인 저자에게 바다 탐사를 제안한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을 믿었던 캐머런은 우주와 지구의 바닷속 생태계를 연결짓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당시 저자는 원래 하던 우주 연구를 뒤로하고 캐머런의 탐험에 합류했다.

두 사람은 대서양과 태평양 수심 3km까지 내려갔다. 심해에는 아름다운 생태계가 형성돼 있었다. 뜨거운 바닷물이 솟구치는 열수구 근처에는 온갖 종류의 새우와 미생물, 홍합과 물고기가 생존하고 번식했다. 이후 약 5년 뒤 캐머런은 가상의 우주생명체가 주인공인 영화 ‘아바타’(2009년)를 만들었고 탐험에 동행했던 저자는 영화 자문에 참여했다.

이후 저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생물학자가 된다. 다시 우주로 눈을 돌린 저자는 지구의 심해를 탐험한 경험을 토대로 우주에 살고 있을지 모르는 생명체를 찾고 있다. 목성의 얼음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타이탄, 엔셀라두스…. 저자는 이곳의 심해에도 열수구가 존재할 것이고 그곳에서 생명이 발원했을 거란 가설을 탐구한다. 엔셀라두스에서 분출된 물기둥에서 열수 활동이 있었을 거란 NASA의 연구 결과도 저자가 믿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책은 지구의 심해 생태계를 토대로 우주의 행성이 보유한 심해와 열수구, 그리고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추론해낸다. 분광학 기술, 중력 측정, 자기계 원리같이 복잡한 과학 이론이 다수 등장한다. 저자는 유모차, 베이비시터, 무지개 등 일반인에게 친숙한 비유를 들어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하지만 읽기가 쉽지는 않다. 캐머런은 “우리 위의 별을 가만히 응시하고 우리 아래의 심연을 묵묵히 들여다보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추천사에 썼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