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기계/앤드루 블룸 지음·노태복 옮김/244쪽·1만6000원·에이도스
미리 ‘스포(스포일러)’한다. 이 책은 “빌어먹을, 일기예보는 왜 이리 안 맞아”가 궁금한 이들에겐 어떤 속 시원한 답도 주진 않는다. 더 나아가자면 “안 맞는 게 당연한데 뭐 어쩌라고”라며 배를 쭉 내민다. 그런데 그 힘찬 ‘배 놀림’, 매력 있다.
미국 프리랜서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류가 본격적으로 날씨 예측을 시도한 약 150년 전부터 슈퍼컴퓨터와 인공위성이 보편화된 현재까지의 역사를 두루 살폈다. 솔직히 ‘두루’보다 ‘입맛에 맞게’지만, 과학·기술과 맞물린 변화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낸다. 각지에서 전보를 받아 지도에 표시해 가며 기상을 추정하던 시대가 19세기 말인 걸 감안하면, 언제 어디서건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알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놀라운가.
“날씨 살피기는 정말로 시시한 활동이다. 가스레인지를 틀거나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날씨를 살필 때 우리 마음의 눈은 공간과 시간을 폭넓게 오간다. 마치 위성이 지구 위로 솟아올라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미래의 날씨까지 내다보는 것처럼.”
일기예보의 정확성은 상대적이다. 우리는 수많은 적중은 잊고 틀린 날만 되새긴다. 평가기준도 사람과 상황마다 다르다. 결혼식 당일과 ‘방콕’한 날의 날씨가 어찌 똑같이 다가오겠나. 하지만 여전히 인류는 더 정확한 날씨 예측과 해석을 위해 ‘뜨겁게’ 달려가고 있다는 걸 저자는 강조한다.
‘날씨 기계’는 배울 게 많은 책이다. 꽤나 성가신 과학용어들이 걸림돌이지만 빼곡한 현장취재와 위트 섞인 문장이 이를 상쇄한다. 날씨라는 주제로 이렇게 현란한 드리블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다만 뉴요커 같은 잡지에서 마주쳤던 ‘미국식 먹물 농담’이 많은 건 부담스럽다. 알아듣는 척하고 싶은데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럴 땐 “오늘 날씨 어때” 하며 하늘만 쳐다볼 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