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암, 난치는 없다<2>
수술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째가 암 덩어리와 주변의 일부 조직을 절제하되 유방의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는 유방보존술이다. 보존술이 불가능할 경우 유방 조직 전체를 들어내는 유방절제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로봇 유방절제술이 늘어나는 추세다. 유방재건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사례도 많다.
○ “유방 살리면 암 치료 효과도 높아”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방암 환자의 80% 이상은 유방을 완전히 절제했다. 유두를 포함한 피부 일부와 유선 조직 전체를 제거했다. 혹시라도 있을 암의 ‘뿌리’를 완전히 뽑기 위해서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암 환자 상당수가 이미 암이 넓게 퍼졌거나 전이된 후 발견됐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 발견하는 환자가 늘었다. 암 덩어리가 클 경우에도 항암요법을 통해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할 만큼 의료 기술도 발전했다. 다른 암의 경우 얼마나 암 덩어리를 완벽하게 제거하느냐가 목표다. 유방암 치료에는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유방을 보존하거나 재건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수술을 일종의 미용 성형으로 규정했다. 암 치료와 관계없는 수술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수술 과정에서 유방이 제거된 여성은 자존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우울증까지 생긴다. 유방이 없다고 해서 실제로 암이 재발하는 확률이 높아지지는 않지만 재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다. 이로 인해 암 치료 효과에 악영향을 미친다. 임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유방 보존과 재건술은 미용 성형이 아니라 암 치료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존술, 암의 크기에 달려 있어
곽성찬 이대여성암병원 외과 교수는 이달 중 병원이 도입하는 로봇 유방절제술을 담당한다. 그는 로봇 수술이 흉터를 최소화해 미용 효과는 높지만 비용이 비싼 것은 단점이라고 말했다. 이대여성암병원 제공
임 교수는 “암의 크기와 다발성, 위치가 수술 결정의 요소”라고 했다. 암 덩어리가 지나치게 크거나, 작더라도 수많은 암 세포가 넓은 부위에 퍼져 있거나, 암 세포가 유두를 침범했다면 유방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된 4기의 경우는 어떨까. 임 교수는 “항암 치료 효과가 좋아 일정기간 동안 암 세포의 크기가 작아지고 추가적인 병변이 생기지 않으면 수술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치료가 듣지 않을 경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며 수술 치료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유방보존술을 받은 환자의 3∼10%는 수술 후 한 달 이내에 합병증 또는 불완전한 절제 등의 부작용 때문에 재수술을 받는다. 다만 임 교수는 아직 이런 재수술을 시행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수술은 1시간 정도 걸린다. 수술 후 출혈 같은 부작용만 없다면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하다.
○유방 절제 후 재건 수술 진행
임우성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장은 흉터를 최소화하고 재수술이 없는 유방보존술로 이름이 높다. 그는 유방 보존 및 재건 수술은 미용 성형이 아닌 암 치료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대여성암병원 제공
이 경우 보통은 유방의 상단 부위에 5∼10cm를 절개한다. 임 교수는 유륜 주변을 따라 최소한으로 절개해 유두와 피부는 그대로 두고 안에 있는 유선 조직을 제거한다. 임 교수는 “이런 방법을 통해 미용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 수술을 염두에 둘 경우 근막과 근육 조직은 그대로 둔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성형외과와의 다학제 시스템을 통해 동시에 재건 수술을 진행하는 비율이 높다. 임 교수에 따르면 이 병원 유방암 환자의 30%는 유방을 절제하는데, 대부분은 재건 수술을 동시에 받는다.
재건 수술을 할 때는 유방 조직이 있던 공간에 보형물이나 자가(自家) 조직을 집어넣고 유방 모양을 다시 만들어준다. 임 교수는 보형물 삽입 위치가 중요하다고 했다. 임 교수는 “간혹 보형물을 근육 내부에 집어넣을 경우 통증이나 운동 시 불편을 느낄 수 있다”며 “이대여성암병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부와 근육 사이에 보형물을 집어넣는다”고 말했다.
○로봇 수술 장단점 알아둬야
대장암이나 위암일 때는 복강경 시술을 많이 한다. 하지만 유방암의 경우 내시경 수술은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다. 복부와 달리 유방 안에 내시경을 넣을 만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큰 이유다. 그 단점을 극복한 것이 로봇 수술이다.유방암 수술에 로봇이 도입된 것은 2016년경이다. 주로 유방절제술에 로봇을 쓴다. 유방 재건을 염두에 두고 의사가 직접 수술을 할 경우 보통은 가슴 위쪽으로 10cm 정도를 절개한다. 반면 로봇 수술을 할 때는 겨드랑이와 유방 아래쪽 사이를 4cm 절개한다. 절개 길이가 작을 뿐 아니라 눈에도 덜 띈다. 곽 교수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로봇 수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처를 최소화해 미용 효과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란 뜻이다.
3차원으로 확대된 영상을 보면서 시야를 확보해 좁은 부위까지 쉽게 접근 가능하며 손 떨림을 막고 미세한 조작도 가능하다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 그만큼 더욱 정교하게 수술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곽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환자들의 수술 후 만족도가 실제로 높다”고 했다.
다만 재발률이나 회복 기간 등은 의사의 직접 절제 수술과 큰 차이가 없다. 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비싼 것도 흠이다. 대체로 유방 절제와 재건에 드는 로봇수술 비용은 1000만∼2000만 원으로 그 이상 들 때도 있다. 직접 절제 수술 비용은 300만 원 내외다.
모든 환자가 로봇수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임파선으로 암이 상당히 전이된 경우에는 로봇수술이 어려울 수 있다. 임파선의 암을 다 긁어내기 힘들 뿐 아니라 로봇이 들어갈 통로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아일보-이대여성암병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