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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연주·튼튼한 곡 해석…‘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장악한 그녀

입력 | 2022-09-04 13:11:00

첼리스트 최하영







올해 6월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부문은 한 사람이 분위기를 장악하고 휘몰아간 무대였다. 예선에서 준결선까지, 최하영(24)에게 쏟아지는 갈채는 다른 출연자들을 압도했고 결선에서 그가 루토스와프스키 첼로협주곡의 마지막 음표를 힘차게 긋자 기다렸다는 듯 환호와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객석 분위기부터 ‘어차피 우승은 최하영’이었다.

그가 우승 후 첫 고국 전국 투어를 연다. 14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시작해 21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까지, 단 하루만 쉬는 7일의 대장정이다. 나흘의 오케스트라 협연과 사흘의 피아노 반주 무대를 엮었다. 18일까지 5개 콘서트는 이번 콩쿠르 2위 입상자인 중국의 이바이 첸과 함께 한다. 큰 일정을 앞둔 그를 새로 단장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일 만났다.





―이번 투어에서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1번과 드보르자크의 협주곡, 퀸 엘리자베스 결선곡이었던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을 두루 연주합니다. 고전과 낭만, 현대가 두루 섞인 셈인데요.

“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과 비드만의 창작곡, 브리튼의 소나타에 대한 인상이 컸던지 ‘현대곡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여러 시대의 음악을 좋아하고, 이번에 연주할 곡들도 정말로 사랑하는 작품들입니다.”



―연주에 충분한 파워가 느껴지고 그 파워가 곡 해석의 튼실한 설계로 이어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연주를 위해 운동을 하나요.

“근력 운동을 하고 있어요. 한때 아령도 했지만 손목에 무리가 갈지 몰라 그만뒀죠. 어릴 때부터 태권도도 했고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어릴 때 얘기를 하자면 노래와 춤도 잘했다면서요.

“교육 TV 채널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춤도 추고 노래도 했어요. 뮤지컬에 아역으로 출연하기도 했죠. 이달 말 라트비아 작곡가 바스크스의 ‘프레젠스’라는 곡을 벨기에 음악축제에서 연주하게 되어있는데, 이 곡 말미에 연주자가 노래를 하도록 되어 있어요. 오랜만에 여러 사람 앞에서 노래를 하게 됐네요.”(웃음)





―현재 독일 베를린 국립예술대에 다니고 있죠. 연주와 연습 외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베를린은 문화적 체험이 풍성한 곳이어서 좋아요. 큰 미술관과 박물관들도 있지만 동네에서 열리는 조그마한 전시회들도 보곤 하죠. 큰 취미는 그림 그리기입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동생과 함께 기차 여행도 자주 다녀요. 문학 작품 읽기도 좋아하죠. 국내 작가와 독일 작가의 책은 원문으로, 다른 나라 작가의 책은 영어로 읽어요.”



―이번에 함께 무대에 서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위 입상자 이바이첸은 어떤 연주가인가요. 콩쿠르를 통해 친해졌나요.

“콩쿠르 이후 벨기에 여섯 도시에서 입상자 투어를 다니면서 친해졌어요. 저보다 세살 어리지만 배려심이 많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친구에요. 연주도 카리스마 있고 색깔이 뚜렷하죠.”

이번 투어는 14일 부산문화회관, 15일 서울 노원문화회관, 16일 제주 서귀포예술의전당, 17일 강원 철원제일교회 옛터, 1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21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으로 이어진다. 16, 17, 18일 듀오 연주회는 200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부문 입상자이자 이 대회 협력 피아니스트인 리브레히트 반베케부르트가 반주를 맡는다. 12월 5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손정범 피아노 반주로 최하영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기념 내한 리사이틀이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