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길 콘서트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9.4 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4일 “국민의힘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에 대해 지적할 자유만큼의 윤석열 정부에 대해 지적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내부 총질 당 대표’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가 내부총질 한다며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것도 자유요, 그를 내친 뒤에 뒷담화하는 것도 자유”라고 지적한 뒤 “하지만 그 자유를 넘어서 당헌당규를 마음대로 개정하고 당무를 뒤흔들어 놓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월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강조하고 있는 가치인 ‘자유’ 표현을 빌려 윤 대통령을 공격한 것이다.
이 전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현안에 대해 발언한 것은 지난달 26일 법원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이후 처음이다. 추석을 앞두고 보수 심장의 한 가운데서 윤 대통령과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및 이들에게 맹종하는 의원들에 대한 심판론을 꺼내들며 본격적인 세 대결에 나서려는 취지로 보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길 콘서트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9.4 뉴스1
이 전 대표는 윤핵관을 겨냥해 “양두구육이라는 사자성어 하나 참지 못해 길길이 날뛰는 사람들”이라며 “각하가 방귀를 뀌는 때에 맞춰서 시원하시겠다고 심기 경호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상황을 거론하며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당시보다 더 위험하다. 말을 막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구의 정치가 과연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가”라며 “대구는 다시 한 번 죽비를 들어야 한다. 어렵게 되찾아온 정권, 그리고 처음으로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두고 적극 참여한 대선의 결과, 결코 무너지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자신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출석 요구에 대해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씨와는 다르게 저는 출석 거부 의사가 없다”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이 전 대표는 ‘출석 날짜가 조율됐냐’는 질문에 “변호인이 현재 당내 가처분 상황, 당내 절차와 상충되지 않는 선에서 협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 윤리위가 자신의 양두구육 표현에 대해 추가 징계를 시사한 데 대해선 “만약 제가 사자성어를 썼다고 징계된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