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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회장님의 소통 경영… MZ직원과 셀카 찍고 번개모임

입력 | 2022-09-05 03:00:00

‘격의없는 스킨십’ 나선 오너들



재계 오너들이 임직원들과의 현장 소통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일 자율주행선박 자회사인 아비커스를 방문해 직원들과 저녁을 함께하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각 사 및 유튜브, 인스타그램 캡처


“저도 전동 킥보드 애용합니다.”

이달 1일 정기선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사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선박 자율운항 자회사 아비커스 직원들은 정 사장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정 사장이 “킥보드 타고 한남대교를 건너다 배터리가 방전돼, 땀 뻘뻘 흘리며 발로 밀고 간 적도 있다”고 하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은 비슷한 경험이 있다며 즐거워했다. 1982년에 태어나 본인도 MZ세대인 정 사장이 회사를 함께 이끌어갈 주역들과의 소통을 위한 자리를 만든 것이다. 이 자리에는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도 함께했다.

최근 국내 재계 오너들이 직원들을 직접 만나면서 스킨십을 늘리는, 이른바 ‘소통 경영’이 대세다. 예고 없이 구내식당을 방문하거나,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게 대표적이다. 셀카를 찍는 건 ‘필수’,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건 ‘센스’다.

재계 오너들이 임직원들과의 현장 소통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를 찾아 워킹맘 간담회를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각 사 및 유튜브, 인스타그램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소통 행보에 적극적이다. 이 부회장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후 연일 임직원들과 격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복권 이후 19일 첫 현장경영 행보로 찾았던 경기 용인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임직원 간담회에서는 임직원들과 ‘셀카’ 촬영을 했고, 한 직원의 아내와 영상 통화도 했다. 삼성전자 MZ세대 직원들에게 전략 제품 관련 보고를 직접 받기도 했다. 23일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방문, 30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 본사 방문 때도 임직원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식사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셀카 촬영에도 응했다.

재계 오너들이 임직원들과의 현장 소통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올해 1월 신입사원 간담회를 마치고 사진을 찍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6월 현대차 본사에서 진행된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초청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뒤 임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각 사 및 유튜브,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대중 소통에 활발하다. SNS 계정을 열어 운동, 전시 관람 등 일상을 공유하고 대한상의 국가발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했다. 직원들과 번개 모임을 갖고 이달 중엔 인기 유튜브 채널 출연도 앞두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6월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 초청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에서 직원들과 섞여 강의를 듣다가 불쑥 질문을 던지고, 강의 후 직원들과 셀카를 찍었다.

재계에서는 기업 오너들이 소통 행보를 강화하는 건 권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MZ세대 젊은 직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직원들을 이해해야 이들의 이탈 및 이직을 막고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옛날엔 회장님 온다고 하면 다들 피하고 어려워했다. 과거엔 경영인들이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인데, 요즘 세대에겐 적합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한 예로 회장이 사내 헬스장에 가도, 젊은 직원들은 함께 운동을 한다. 한두 마디 하다 보면 직원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반대로 회장은 어떤 관심사가 있는지 등을 서로 알게 된다. 요즘 경영인들은 이런 소탈한 소통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평소엔 만날 수 없었던 이른바 ‘회장님’을 직접 본 MZ세대나, 할 말은 하는 MZ세대들을 만난 경영인 모두에게 소통 경영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이 부회장이 한번 다녀가면 사내 분위기가 달라지는 건 맞다. 직원들도 ‘이 부회장에게 이런 모습도 있네’ ‘사진 못 찍어서 아쉽다’ ‘다음에 만나면 뭐 물어 봐야지’ 같은 반응들을 보인다”며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텐데 직원들 보러 와줘서 고맙기도 하고 소속감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한 직원은 “좀 더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직원들을 찾지도 않는 오너보다는 직원들을 만나보려는 오너의 노력에서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