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 겪는 상인들 수해, 고물가, 경기침체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의 한 반찬가게에 반찬 추가 요청을 삼가해 달라는 요청문이 붙어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 감사의 마음도 인심도 모두 넘쳐나는 한가위가 다가왔다. 올 추석은 길고 긴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고 거리 두기 없이 맞이하는 첫 명절이다. 하지만 요즘 전통시장에선 추석 대목 특유의 시끌벅적한 활기를 느끼기 어렵다. 고물가 경기침체 수해의 3중고에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웃을 여유를 잃었다. 사나운 태풍까지 물폭탄을 몰고 올라온다는 예보에 상인들은 “마지막 희망까지 태풍이 쓸어가는 것이냐”며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동아일보 취재팀이 둘러본 서울의 전통시장은 지난달 호우 피해의 흔적도 채 씻어내지 못한 상태였다.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는 물가에 놀라 일찌감치 추석 대목용으로 사들여 놓은 농산물과 건어물이 통째 물에 잠겼다. 그래도 연중 최고 대목을 놓칠 수 없어 빚을 내 새로 냉장고를 사들이고 추석 장사를 준비한다. 코로나 불황 끝에 덮친 폭우에 더는 버텨낼 도리가 없어 폐업을 준비 중인 가게도 보였다. 태풍 ‘힌남노’까지 올라오면 줄어든 발길마저 끊길까 몇몇 정육점은 소고기를 반값 떨이 가격에 내놓았다.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이들의 장바구니는 대개 비어 있다. 배추 한 포기에 1만 원, 사과 10개들이 한 상자에 4만 원을 달라고 한다. 추석 차례상 비용이 평균 31만8045원으로 지난해보다 6.8% 올랐다. 송편 명태 과일을 차례로 뺐더니 한 상 차려지지가 않는다. 친척들이 많이 올까 걱정을 해야 할 지경이다. 인심 후하기로 소문난 가게를 찾아도 주인은 눈길조차 받아주지 못한다. 스스로 써 걸어둔 야박한 안내 문구 탓이다. “제발 많이 달라 하지 마세요. 너무너무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