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관제펀드 ‘예견된 추락’
12년 정도 쌈짓돈을 연금보험에 넣어 왔던 30대 직장인 A 씨는 2020년 9월 연금보험을 해약하고, 8000만 원가량의 해약금 중 절반을 뉴딜펀드에 넣었다. 연금보험의 수익률이 사업비 등을 떼고 나면 2%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난 지금, A 씨의 뉴딜펀드 수익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만 놓고 보면 20%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A 씨는 “정부가 나서 홍보해 뉴딜펀드로 갈아탔는데 전혀 혜택을 못 본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뉴딜펀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분야 핵심 정책인 ‘한국판 뉴딜’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펀드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재정 및 정책출자 7조 원, 민간자금 13조 원 등 총 20조 원을 모을 계획이었다. 상품 출시 때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고, 수익률은 국고채 금리보다 더 높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경기가 위축되고, 주식 시장이 침체되면서 뉴딜펀드 수익률도 급락하고 있다.
○ 뉴딜펀드도 증시 침체 피하지 못해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2일까지 전체 뉴딜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1.88%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20.94%와 비슷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뉴딜펀드 5개에 각각 1000만 원씩 5000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5개 펀드 모두 20% 이상 손실을 봤다. 삼성뉴딜코리아(―22.93%), 신한아름다운SRI그린뉴딜(―21.01%), KB코리아뉴딜(―24.88%) 등 일반펀드는 20%대의 손실을 봤고, 미래에셋 TIGER KRX BBIG K-뉴딜(―46.72%), NH-Amundi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24.40%) 등 상장지수펀드(ETF) 2종 역시 부진했다.한때 뉴딜펀드는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에 주로 투자하면서 1년 전만 해도 평균 수익률 57%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증시 침체와 더불어 투자 집행이 미미해지면서 수익률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은 “올해 변동성이 큰 성장산업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하다 보니 성장산업 일부를 담고 있는 뉴딜펀드 같은 상품들의 성과도 자연스럽게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 새 정부, 예산 삭감 등 ‘뉴딜’ 지우기
금융위원회는 5월 ‘뉴딜금융과’ 명칭을 ‘지속가능금융과’로 바꿨다. KDB산업은행은 7월 ‘ESG(환경, 사회, 배구조)·뉴딜기획부’를 ‘ESG기획부’로 고쳤고, 한국성장금융도 ‘뉴딜펀드운용실’을 ‘혁신금융실’로 바꾸며 뉴딜을 지웠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뉴딜펀드에 대한 재정 지원이 과하다는 지적에 “뉴딜펀드의 문제점을 위주로 해서 재정 투입을 줄인다든가, 민간과의 충돌을 줄이고 투자 대상을 민간에서 선택하는 쪽으로 제도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예산 배정도 줄었다. 문 정부는 지난해 뉴딜펀드 예산을 5100억 원 배정했고, 올해 6000억 원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뉴딜펀드는 혁신성장펀드로 이름이 바뀌었고, 투입 예산도 3000억 원에 그쳤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녹색성장펀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펀드 등 관제펀드 또한 정권이 바뀌면서 새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