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기구’ 만들어 당차원 강경 대응
野 지지자들, 서울중앙지검 앞 시위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출석 통보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 2개 차로를 점거한 채 ‘이재명은 죄가 없다’ ‘야당 탄압 중단하라’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검찰을 비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이재명만의 문제 아냐” 당 차원 대응 예고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4일 오전 국회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1야당 당 대표 출석 통보는 한국 정치사에서 전례가 드문 일로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없는 죄도 만드는 짜맞추기 수사, 나올 때까지 탈탈 터는 먼지 털기 수사로 정치검찰에 의한 사법살인을 자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 취임 사흘 만에, 8월 30일 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와 영수회담 제안 하루 만에 돌아온 답은 터무니없는 구실을 잡아 날린 소환장”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과거 중앙정보부의 ‘김대중 현해탄 납치 사건’을 연상시킬 정도로 검찰을 통한 무자비한 정치보복 본색을 드러냈다”고도 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새로운 민주당 법률지원단장들도 일제히 가세했다. 판사 출신 김승원 의원은 “이 대표가 한 것은 의견이라든가 주장이기 때문에 유죄로 나올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부산고검장 출신인 양부남 법률지원단장도 “이 사안은 기소거리가 되지 않는다. 기소된다 해도 무죄가 나올 것”이라며 “소환 필요성이 없는 사안임에도 소환하는 것은 기소를 전제로 정치탄압 내지 정적 제거를 위한 망신 주기”라고 했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환을 통보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 이재명, 주말 ‘침묵’ 속 고심
이 대표는 주말인 3, 4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검찰 수사 관련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이 대표는 검찰에 직접 출석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당 지도부는 만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이 대표의 직접 출석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새 의혹이나 단서가 나온 것도 아니고 이미 다 알려진 이야기를, 검찰 편의에 맞춰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반면 한 중진 의원은 “차라리 직접 출석해 윤석열 정권의 ‘정치보복’이란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이 대표가 변호사 출신이라 크게 부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 의원은 “아직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이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중지를 모은 뒤 최종 판단을 할 것 같다”면서 “의총에서 나오는 다수 의견으로 무조건 정하는 건 아니지만 이 대표의 출석이 당의 문제와도 연관돼 있는 만큼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조 사무총장도 이 대표가 검찰의 출석 조사에 응하냐는 질문에 “의총에서 정치탄압에 대한 당의 총의를 모을 것”이라며 “그 점을 감안해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제안한 윤 대통령과의 회담이 이번 조사로 불투명해진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 입장에서는 여전히 유효하고, 답은 저쪽(윤 대통령 측)에 달렸다”고 했다.
이 대표의 강경 지지층인 ‘개딸’ 수백 명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정치보복 중단하라’, ‘이재명은 죄가 없다’는 등의 손팻말을 들고 반발 시위를 벌였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