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500대 기업 중 17.4% “하반기 신규채용 없다”

입력 | 2022-09-05 03:00:00

고용 위축… 작년 13.3%보다 늘어
“아직 채용계획 못 세워” 44.6%




약 5000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는 국내 화학기업 A사는 올해 하반기(7∼12월) 공개 채용을 내년으로 미뤘다. 통상적으론 하반기 공채에서 매년 수십 명의 신입직원을 뽑아왔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제품 재고가 쌓여가면서 고용 여력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A사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예측 가능해야 내년 투자 계획과 매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채용 규모도 판단할 텐데 현재로선 경영 계획 자체가 죄다 어그러져 일단 내년으로 잠정 연기했다”고 말했다.

하반기 주요 기업 채용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올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원자재가 급등과 고금리·고환율로 이어진 경영 리스크가 기업들의 고용 여력에 타격을 주면서 하반기 ‘채용 쇼크’로 귀결되고 있다.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대기업이 17.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급난 등 공급망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해 하반기(13.3%)보다 악화된 수치다. 절반 가까이(44.6%) 되는 기업들은 아직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그 배경으로는 올해 들어 심화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10곳 중 3곳(32.2%)은 3고 현상으로 인해 하반기 채용에 영향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네이버, 신규채용 30% 줄여… 카카오도 대폭 축소


하반기 고용 위축

작년 임금인상 경쟁한 IT업계도 경기침체 등에 필수인력만 채용
‘즉시전력’ 경력직 선호현상 심화, 기업들 “3분의 1이상 경력직으로”




임직원 약 300명 규모의 금융투자회사 B사는 올해 대내외 불확실성 및 경기 침체로 회사 전체의 투자 실적이 악화되면서 채용 규모도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관리 직군을 포함해 두 자릿수 채용을 진행했으나 올해는 개발 직군 등 당장 필요한 인원만 최소한으로 뽑고 넘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임금인상 경쟁까지 촉발했던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업계도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해까지 세 자릿수 채용을 해왔던 카카오는 이달 초 공채 계획 발표에서 두 자릿수 신규 모집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지난해 1100명을 신규 채용했던 네이버도 올해 채용 인원을 30% 줄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답한 기업들은 그 배경으로 ‘추가 인력 수요 없음’(30.0%)과 ‘회사 사정(구조조정, 긴축경영 등)의 어려움’(20.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신규 채용을 하더라도 대규모 공개 채용 비중은 줄어들고 경력직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 여력이 줄어든 만큼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수요가 높아졌다. 이미 국내 5대 그룹도 삼성을 제외하고 모두가 공채 제도를 폐지한 상태다.

이번 조사에서도 대기업 10곳 중 6곳(62.0%)은 신규 채용 시 수시 채용을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수시 채용 기업 가운데 절반(46.3%)은 이미 채용 인원의 50% 이상을 수시 채용으로 뽑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들은 하반기 신규 채용 인원 중 평균 35.8%를 경력직으로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29.7%)보다 6.1%포인트 늘어난 숫자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리 두기 완화, 경기 회복 영향으로 채용 시장에 겨우 온기가 돌기 시작했는데 최근 수출, 내수 업종 모두 고용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