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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음식 9개면 충분…전 안 부쳐도 된다”

입력 | 2022-09-05 14:41:00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차례상 표준안 발표



차례상. 동아DB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이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5일 마련했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부담으로 인한 성차별과 세대 갈등 논란 등이 해마다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차례상에 9가지 정도의 음식을 올리면 된다는 ‘차례상 표준안’을 이날 발표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간소화한 추석 차례상의 기본적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가짓수를 늘린다면 △육류 △생선 △떡 등을 더 올릴 수 있다.

대표적인 ‘명절 음식’으로 불리는 ‘전’은 포함되지 않았다.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는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나온다. 위원회는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이제 그만둬도 된다”면서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간 차례상을 바르게 차리는 예법처럼 여겨왔던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는 예법 관련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이다. 이에 위원회는 “차례상 음식은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며 “상을 차릴 때도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장인 최영갑 위원장은 “차례상으로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 차례상 표준안 발표가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 갈등, 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적당한 차례상 비용? 성인 남녀 1000명에게 물었더니…
위원회 측은 이번 표준안을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예법 등을 두루 고려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성균관 측이 지난 7월 28∼31일 성인 남녀 1000명과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차례상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0명 중 4명(일반 국민 40.7%·유림 관계자 41.8%)이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차례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로는 국민 49.8%가 5~10개, 24.7%가 11~15개를 선택했다. 유림 관계자 35%는 11~15개, 26.6%가 5~10개를 적당한 가짓수로 봤다. 적당한 차례 비용으로는 국민은 10만 원대(37.1%), 유림은 20만 원대(41.0%)를 꼽았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