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찾은 경남 밀양시 상남면 어은동마을 산림. 소나무숲이 재선충병으로 고사해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울창했던 산이 곧 민둥산으로 바뀌게 된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경남 밀양시 상남면 어은동마을 주민 A 씨(65)는 4일 붉게 변해버린 마을 뒷산의 소나무 숲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 마을 뒷산이 가을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변해버린 것은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마을 뒷산으로 들어가 소나무 숲을 자세히 살펴보니 붉게 변한 솔잎은 우산살처럼 아래로 처져 있었다. 상당수의 소나무는 3~4㎜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고, 주변에는 하얀 송진과 고운 톱밥처럼 생긴 가루들도 눈에 띄었다. 전형적인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병은 치료약이 없고 감염되면 100% 고사해 ‘소나무 에이즈’병이라고도 불린다. 재선충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솔수염 하늘소에 기생해 다른 나무로 이동한 뒤 솔수염 하늘소가 새순을 갉아먹을 때 상처부위를 통해 나무에 침입한다.
실제 경남에선 이 마을처럼 ‘소나무재선충병’이 다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재앙’으로 불릴 정도로 가장 극심했던 시기는 2013~2014년이다. 2년간 무려 117만2000그루의 소나무가 경남에서 감염돼 고사했다. 산림당국의 체계적인 방제전략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피해 나무는 2015년 27만4000그루, 2016년 21만 그루, 2017년 11만4000그루, 2020년 5만7000그루로 매년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5만9000그루로 조금씩 증가하더니, 2022년 4월 기준 9만6000그루로 늘었다.
10년간 소나무 217만1000그루를 잘라내고, 방제 예산에만 2299억 원을 쏟아 부은 경남도는 재선충병이 다시 확산되자 당혹해하고 있다. 이 같은 확산세는 울산과 경북도도 비슷하다. 3개 시도가 차지하는 감염 비율이 우리나라 전체의 63%(24만 그루)에 달한다.
산림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예찰과 방제 활동이 미흡했던 게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선충병은 무서운 번식력 때문에 99.99%의 방제 성과가 있더라도 0.01%가 미흡한 면이 있으면 그 간의 방제 노력과 성과는 수포로 돌아가는 특성이 있다.
항공 방제로 솔수염하늘소를 잡아온 경남도는 ‘가을철 방제’ 예산을 확보해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확산세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통상적으로 방제 기간은 새해 예산을 쓸 수 있는 1월부터 매개충이 활동하기 전인 3월까지 3개월이다. 감염목 모두를 제때 베어내 훈증이나 파쇄하는 방식으로 재선충을 모두 죽이지 못하면 폭발적 증가세의 단초가 된다. 가을철 방제를 시행해 방제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게 중요한 이유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최창환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