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크렘린궁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가스프롬의 파이프라인(가스관) 유지를 방해했다고 유럽 정치인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만약 유럽인들이 절대적으로 터무니없이 그들 장비 혹은 가스프롬 소유 장비 이용 계약을 거부하기로 했다면 이는 가스프롬 잘못이 아니다”라며 “제재에 대한 결정을 내린 그들 (서방) 정치인들 잘못”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국영 에너지업체 가스프롬은 2일 독일로 연결된 해상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에 대한 무기한 폐쇄 결정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가스관 가스터빈 유지보수를 위해 가동을 잠정 중단됐지만 작업 중 누출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문제 해결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약 없이 가스공급을 중단했다.
반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이 장비가 계속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멘스에너지가 터빈 정비 계약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며 “모든 수리 계약 조건이 완전히 위반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와 유럽연합(EU)에서 관련 장비에 대한 제재가 도입됐기 때문에 이 장비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계약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고 했다.
노박 부총리가 말하는 계약 조건이란 지멘스에너지는 자사의 고장 제품을 직접 수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 지멘스에너지는 러시아에 받은 고장 난 자사 터빈에 수리 의무를 다하지 않고 캐나다 업체에 정비를 의뢰했다. 캐나다는 수리된 터빈이 대러 제재 대상으로 분류해 반환을 막았다.
이에 가스프롬은 지난 6월 중순 터빈 반환 지연을 이유로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40%까지 축소했다. 가스 공급 축소에 직격탄을 맞은 독일 측은 제재 예외 인정을 요청했다고 캐나다 정부는 터빈 반환을 허용하고 독일에 터빈을 전달했다. 러시아가 터빈 부족을 핑계로 가스 공급 지연·중단할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다만 이번엔 러시아가 터빈 수령을 미루고 있다.
한편 가스프롬 폐쇄가 결정된 이날은 세계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 가격상한제 도입을 발표한 날이어서 일각에서는 다분히 가스프롬의 가스관 폐쇄 조치가 다분히 정치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방은 그간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자국에 대한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한 정치적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