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 동아일보 DB
호주 유력 일간지 디오스트레일리안이 한국의 형제복지원 사건을 집중 조명하며 주범이었던 박인근 원장의 가족이 시드니에 약 140억원 규모의 골프연습장과 스포츠센터를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지난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가 35년 만에 국가 책임을 인정한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이다.
디오스트레일리안은 5일(현지 시간) “‘오징어게임’ 가족 추적에 나선 생존자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신문 1면과 4면에 실었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빗댄 것이다. 신문은 “호주에 살고 있는 박 씨 가족들이 시드니에 1500만 호주달러(약 140억 원) 규모의 골프연습장과 종합스포츠시설을 소유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재산 원천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씨는 1975~1987년 고아, 노숙인 등 3000여 명을 부산 형제복지원에 감금한 뒤 강제노역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1989년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호주로 이민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에 따르면 박 씨는 호주에서 교회를 운영했으며 1995년 190만 호주달러(약 18억 원)를 들여 시드니 서부의 골프연습장과 스포츠 시설을 사들였다. 체육관, 테니스장, 스쿼시 코트 등을 갖춘 이 시설 크기는 약 8만m²(약 2만4200평)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오스테일리안은 “형제복지원 수감자들은 구타를 당하고 몇 시간 동안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등 잔혹한 학대를 당했다”며 “복지원 감독관들은 이들에 대한 폭력을 마치 놀이처럼 여겼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노숙자들 또는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납치돼 목숨을 걸고 사생결단의 결투를 벌이는 드라마인 ‘오징어게임’과 유사하다”고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해온 과거사위는 지난달 24일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 실태를 알고도 묵인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진상조사 결과 형제복지원에서 강제노역과 구타 등으로 숨진 사망자 105명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확인된 사망 피해자는 총 657명이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