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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상황 맞아”…與, 당헌·당규 개정, 추석 전 ‘새 비대위’ 출범 속도

입력 | 2022-09-05 20:43:00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민의힘이 5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 요건을 구체화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추석 연휴 전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라는 목표에 따라 절차를 초고속으로 밟아가고 있는 것.

그러나 막상 새 비대위를 이끌 비대위원장은 여전히 미정이다. 당초 지난 주말 동안 고심한 뒤 이날 새 비대위원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르면 7일 새 비대위원장을 발표하겠다고 물러섰다. 이를 두고 이준석 전 대표는 “가처분이 두려워 비대위원장이 누군지도 못 밝히는 비대위를 이제 추진하느냐”고 비판했다.
● 與, 추석 전 ‘새 비대위’ 출범 속도전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 요건을 구체화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당 대표 사퇴 등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 등 궐위’, ‘그밖에 최고위에서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한 경우’ 비대위를 둔다고 규정했다. 앞서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에서 비대위를 구성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한 만큼 당헌·당규를 고쳐 법적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곧바로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상임전국위를 개최해 개정한 당헌을 토대로 현재의 당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했다. 당 전국위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윤두현 의원은 상전위 뒤 기자들을 만나 “상임전국위원들은 현재 당이 처한 상황이 비대위 설치 요건에 해당하고 설치의 필요성도 있다고 해석했다”며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 비대위까지 남은 절차는 사실상 새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 인선 뿐이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현 비대위원들은 이날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현재 있는 비대위는 사실상 형해화(形骸化)하고 해산됐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러나 관건은 새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다. 한 여당 의원은 “주 위원장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느냐는 목소리가 강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주 위원장이 그대로 이끌면 ‘당이 하나도 변한 게 없다’는 거센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당초 약속과 달리 새 비대위원장 발표를 미룬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 비대위원장 발표 시점에 대해 “목요일(8일) 전국위가 있기 때문에 수요일(7일) 오후 늦게나 목요일 오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 이준석 “가처분 맞을 것이 두렵나”
마땅한 새 비대위원장 후보군이 떠오르지 않는 배경에는 이 전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가처분 공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새 비대위가 출범해도 14일 열리는 가처분 심문 등 법원의 결정에 따라 또 다시 비대위 좌초 상태가 될 수 있다”며 “비대위의 확실한 지위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도 선뜻 선장을 맡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가처분 맞을 것이 두려워서 비대위원장이 누군지도 못 밝히는 비대위를 이제 추진하느냐”며 “가처분이 아니라 민심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까”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8일 새 비대위 출범에 맞춰 추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본인을 지지하지 않는,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듯이 공격하는 그런 태도야말로 결국 부메랑이 돼 이 전 대표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불안정한 속도전을 이어가는 사이 이 전 대표는 계속해서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전날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그는 이날은 경북 칠곡 석담종택에서 진행된 불천위(不遷位) 제사에 갓을 쓰고 제례복을 입은 채 참여했다. 보수 진영의 안방 격인 대구경북 유권자들을 의식한 행보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