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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마켓뷰]기세등등 ‘킹달러’… 완만한 상승 흐름 이어갈듯

입력 | 2022-09-06 03:00:00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원-달러 환율이 매섭게 오르고 있다. 연초 이후 상승세가 가속화되면서 단숨에 1300원 중반에 이르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파른 통화 긴축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연준과 시장의 시각차도 여전하다.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성장을 억제하는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 지속적으로 낮은 성장을 만들어 물가 안정을 이루겠다고 했다. 이처럼 명확하고도 단호한 커뮤니케이션에 따라 시장은 보다 높은 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을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가파른 금리 인상 사이클 이후 예방적 차원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졌던 경험으로 미뤄 내년 인하에 대한 기대도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연준과 시장의 간극이 좁혀지는 과정에서 강달러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가파른 긴축이라는 방향성 및 속도와 더불어 연준과 시장의 견해차, 즉 ‘불확실성’도 달러화 강세 요인이다. 강달러 여진에 원화의 추가 약세가 예상된다.

그렇다면 환율은 어디까지 오를까. 올해와 같이 환율이 1200원을 꾸준히 넘었던 적은 3차례 있었다. 먼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환율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올랐다. 각각 달러당 최고 2000원, 1600원에 근접했을 정도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때는 강력한 스파이크(폭등) 없이 고원 형태로 높은 레벨에 머물렀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는 예금취급기관의 단기외채가 빠르게 누적된 이후였다. 유동성이 위축되자 높아진 단기외채에 대한 상환 요구가 발생하면서 환율에 매우 강한 상승 압력이 나타났다. 금융 환경이 불안한 시기에는 ‘외채 상환 위한 달러화 수요↑→원화 약세 압력↑→금융 불안으로 달러화 수요↑→원화 약세 압력↑’ 등의 악순환이 생기면서 달러화 유동성 부족이 증폭된다.

그런데 최근 금융 여건은 유동성 위기 때와 다르다. 더욱이 추후 경기 침체와 함께 금융 불안이 확산된다고 하더라도 과거 위기 때와 같은 오버슈팅(단기급등) 가능성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파생상품 포지션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등의 도입으로 건전성 규제가 강화된 만큼 극단적인 원화 약세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단기외채 급증의 여지는 낮아 보인다.

환율은 점진적으로 레벨을 높여갈 듯하다. 외환 당국의 경계심이 강화된 만큼 1300원대에서는 10원씩 각 레벨이 유의미한 저항선이 될 것이다. 장기 추이와 실효환율을 바탕으로 봤을 때 상단은 1380원 선으로 가늠된다. 하방은 제한되면서 연내 환율은 1270∼1380원 선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