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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규모 작은 대만, 반도체 대기업은 한국 2배… “정부 지원의 힘”

입력 | 2022-09-06 03:00:00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TSMC… 美中 갈등-中 위협 속 고공비행
3나노 공정, 애플-인텔서 대형수주… 中 중소업체와 계약한 삼성과 대조
대만 정부, 반도체 인력 양성 주도… 법인세 등 세금정책도 지원사격
전문가 “세밀한 지원 벤치마킹을”




“대만은 전 세계 1%에 불과한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세계 경제에 훨씬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미국 투자은행 캐피털이코노믹스 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썼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이 반발해 미사일 경고를 날린 직후였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한 대만과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의 영향력이 최근 세계 경제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미중 경제패권 경쟁과 중국의 물리적 위협 속에서도 TSMC는 업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양산하는 3nm(나노미터) 공정 역시 애플, 인텔, 퀄컴 등 대형 고객사들의 수주를 잇달아 따냈다. 6월 말 먼저 3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간 삼성전자가 비트코인 채굴용 반도체를 만드는 중국 중소 업체를 첫 고객사로 둔 것과 대조적이다.

반도체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나아가 자국 내로 들이고 싶어 하는 미국의 요청에 TSMC는 누구보다 적극 부응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구마모토현에 각각 120억 달러(약 16조4640억 원), 70억 달러(약 9조6000억 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1일에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민주주의 파트너의 이익을 보호하고 더 큰 번영을 이루기 위해 미국과 칩을 공동으로 생산하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자사의 연례 기술포럼에서 “TSMC는 상품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절대 ‘내 제품’을 만들지는 않는다”며 “고객은 TSMC에 설계를 빼앗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파운드리 시장 2위 플레이어이자 스마트폰, PC 등 완제품 고객사이기도 한 삼성전자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정부와 기업이 일심동체로 나선 대만의 위력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대만의 매출액 10억 달러 초과 반도체 대기업 수는 28개사로 한국(12개사)보다 2.3배 많다.

대만이 표방하고 있는 정부 주도 반도체 인력 양성과 세제 지원 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반도체 시설투자 인센티브와 관련 학과 정원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삼성전자(27.0%), SK하이닉스(23.1%), LX세미콘(20.1%) 등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15%를 상회했다. 대만의 TSMC(10.9%), 미디어텍(13.0%), UMC(6.1%)의 법인세 부담률은 모두 15%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 측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대만은 미래 핵심기술 영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와 같이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분야의 경우 정부가 인력, 연구개발, 세제 등 전 분야에 걸쳐 연계하고 세밀하게 지원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