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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할머니 ‘8초 변신’… 웃음 빵빵 뮤지컬 ‘매직 분장쇼’

입력 | 2022-09-06 03:00:00

국내 초연작 ‘미세스 다웃파이어’… 1993년 영화로 개봉돼 높은 인기
작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재탄생
주인공 맡은 정성화-임창정-양준모
각자에 맞춰 제작된 특수분장 입고, 165분 동안 할머니로 19번 변신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보모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분장한 다니엘(정성화·앞줄 가운데)이 아이들을 위해 요리하는 장면. 1993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다니엘이 아내 미란다에게 이혼당하고 양육권마저 뺏긴 뒤 보모로 변장해 가족을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렸다. 샘컴퍼니 제공


이혼으로 양육권을 잃은 아빠가 보모 할머니로 변장해 자녀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년)가 지난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이어 한국에서 뮤지컬로 공연되고 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신한 두 배우의 모습. 샘컴퍼니 제공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지난달 30일부터 국내 초연 중인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백미는 컴퓨터그래픽(CG)이나 편집 없이 무대에서 아빠 다니엘(정성화 임창정 양준모)이 8초 만에 할머니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바뀌는 ‘퀵체인지’ 변장 쇼다. 러닝타임 165분 동안 무려 19번이나 선보인다. 어떻게 무대에서 8초 만에 성인 남성이 할머니로 변신할 수 있을까. 뮤지컬 ‘미세스…’의 스태프에게 퀵체인지의 비밀을 들어봤다.
○ 배우별로 가면, 가발 수제작

임창정이 공연을 앞두고 특수분장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장하고 있다. 샘컴퍼니 제공

다니엘이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되려면 3가지 특수 장치가 필요하다. 할머니 얼굴 가면과 풍성한 금색 가발 그리고 빅사이즈 보디슈트가 바로 그것. 주름진 노인 얼굴을 표현한 가면은 영화 ‘기생충’ ‘헤어질 결심’ ‘헌트’의 특수 분장을 맡았던 스튜디오 셀에서 직접 제작했다. 황호균 스튜디오 셀 대표는 “영화 속 다니엘 역의 로빈 윌리엄스가 할머니로 변장한 모습을 기본으로 하되 정성화 임창정 양준모 배우 개개인의 외모 특성을 반영했다”며 “배우 얼굴을 본뜬 석고상에 실리콘을 덮은 후 할머니 얼굴을 디자인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완성된 가면에 덧씌우는 화장과 가발은 분장팀이 맡았다. 가면 화장은 세 배우의 피부 톤에 맞춰 각각 다르게 진행됐다. 뮤지컬 ‘마타하리’ ‘웃는 남자’를 작업한 김유선 분장디자이너는 “가면의 입 주위가 동그랗게 뚫려 있기 때문에 가면 화장은 배우들 실제 피부톤에 맞췄다”고 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착용하는 풍성한 금색 가발은 분장팀 전원이 각 배우 두상에 맞춰 일일이 수작업한 결과물이다.

다음은 할머니 몸. 축 처진 가슴과 늘어진 뱃살, 튀어나온 엉덩이를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할머니 보디슈트’를 입는다. 스판 재질의 살구색 수영복 안에 라텍스와 솜을 넣어 신체 곡선을 만들었다. 무게는 2.6kg 정도. 보디슈트 위에 덧입힌 옷들은 1970년대 미국의 여성 노인들의 옷을 참고했다. 김미정 시마 의상제작소 대표는 “당시 미국 할머니들이 입었을 법한 치마 디자인과 길이, 스타킹 색깔, 블라우스 패턴, 재질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 자석, 배우 간 ‘합’으로 순식간에 변신
가발, 얼굴가면, 보디슈트를 8초 만에 장착시키는 비결은 가로 2cm, 세로 3cm, 두께 1.5mm의 자석에 있다. 빠르게 쓰고 벗을 수 있도록 가발과 얼굴가면 접촉 부위에 자석을 20개가량 붙여 빠르게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황 대표는 “제작에만 4개월가량 걸렸다. 여러 재료를 사용해봤지만 특수 제작한 자석이 퀵체인지에 가장 적합했다”고 했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양육권을 잃은 아빠 다니엘을 연기하는 배우 정성화. 샘컴퍼니 제공 

할머니 보디슈트와 옷은 일체형이다. 배우가 보디슈트에 팔을 집어넣으면 극 중 특수분장사 역으로 등장하는 프랭크와 안드레가 재빠르게 보디슈트 뒷부분의 지퍼를 채워 올린다. 결국 배우 간의 합이 중요한 셈이다. 보통 ‘가면→가발→보디슈트’ 순으로 착용한다. 8초 만의 변신을 위해 배우들이 개막 2주 전부터 별도로 장면 전환 연습을 하며 공을 들였다. 배우 정성화는 “정해진 시간 안에 할머니로 변신하지 못하면 노래나 연기 자체를 못 하기 때문에 퀵체인지 연습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11월 6일까지, 7만∼1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