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때 건보 적용 범위 넓히자… 수입 줄어든 병원들 ‘비급여’ 늘려 비급여 신설 제한 대책도 유명무실… 환자 부담 진료비 3년새 23% 증가 복지부 “건보 보장범위 조정 필요”
서울의 A산부인과는 2019년 8월 자궁근종 수술 1건을 하면 환자에게서 수술비로 830만 원을 받았다. 1년 뒤, 수술 전후에 해야 하는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똑같은 수술의 환자 부담금이 835만 원으로 오히려 5만 원 늘어났다. 병원이 초음파 검사로 얻는 이익이 55만 원 줄어들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종양 제거 시술(하이푸) 가격을 60만 원 올리면서 ‘수입 보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일명 ‘문재인 케어’)이 시행된 이후 이처럼 환자들이 부담하는 비급여 의료비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케어 수립에 참여했던 학자들조차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비급여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풍선 효과’를 막을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비급여 의료비 부담, 되레 3조 원 증가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8월 9일 “미용, 성형 등 이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건강보험료가 다소 오르더라도 국민들이 내는 비급여 의료비를 줄여 전체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의료비를 64% 감축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내놨다. 계획대로라면 2016년 13조5000억 원이던 비급여 규모는 연간 4조8000억 원 규모까지 줄었어야 했다.하지만 실제론 비급여 의료비의 덩치와 개수 모두 불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실태조사 결과 비급여 진료비는 2016년 이후 3년 연속 늘어 2019년 16조6000억 원이 됐다. 2016년 대비 23% 늘어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으로 전체 의료 이용이 줄어든 2020년에도 비급여 의료비는 15조6000억 원에 달했다. 국민들 입장에선 건강보험료가 오르는 상황에서 추가로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의료비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시술 등의 종류도 2017년 6월 3498건에서 지난해 6월 3705건으로 많아졌다.
○ 文케어 자문 교수도 “후속 대책 있어야”
당초 정부도 이런 문제를 예견하고 여러 대책을 예고했다. 그중 하나가 ‘신포괄수가제’였다. 예컨대 ‘폐암 치료엔 1000만 원’ 등으로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병원이 어떤 검사를 하든 간에 그 돈만 주는 방식이다. 불필요한 비급여를 차단하는 효과는 있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선 큰 이득이 없어 참여가 저조하다. 2011년 시범 도입 때도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올 6월 기준 신포괄수가제를 적용하는 병의원은 전국 98곳에 그쳤다. 전체 병의원 7만1231곳의 0.1%에 해당한다.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문재인 케어의 정책 자문을 맡았던 오주환 서울대 의대 의학과 교수는 “건강보험 혜택을 늘리는 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을 높이는 조치가 이어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건보 강화와 함께 의료진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만 충실히 해도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줬어야 했는데, 이런 조치가 미흡했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는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건보 재정개혁 추진단’을 구성하고 문재인 케어 손보기에 나섰다. 강준 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조정하면서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