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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한상준]‘한 번 더’가 없는 대통령과 ‘한 번 더’가 목표인 국회의원

입력 | 2022-09-06 03:00:00

한상준 정치부 차장


“누가 지켜줍니까?”

문재인 전 대통령은 4월 임기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른바 ‘문재인 지키기’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3·9대선 기간 중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왔던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선거용이죠”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예상처럼 정권이 교체되고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새 수장이 되자 “문재인을 지키자”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지금 민주당에서는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는 말뿐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권력과 정치의 생리가 그런 것”이라며 “이제는 의원들도 ‘친문(친문재인)’이라는 말을 안 쓰지 않느냐”고 했다.

이 ‘권력과 정치의 생리’ 근간에는 현 대통령제가 자리 잡고 있다. 대통령의 시대는 단 5년뿐이다. 두 번 집권은 불가능하다. 반면 임기 4년의 국회의원은 당선만 된다면 몇 번이고 더 할 수 있다.

임기 초반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1인자로 가장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의원들은 대통령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그러나 임기 막바지로 갈수록 대통령의 힘은 약해지고 더 이상 의원들은 대통령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 의원들은 ‘한 번 더’를 약속할 수 있는 새로운 권력자를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의 목표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한 번 더’가 없는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목표다. 반면 여당 의원들이 “현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건 그래야 다음 총선에서 국회로 생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장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이 그 예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헌신하겠다는 의원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여당 의원들에게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세제 대책이 좌초한 것보다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쥔 새 당 대표를 뽑는 당권 투쟁이 더 중요한 일이다. 2선으로 후퇴한다 해도 지역구 관리만큼은 절대 놓지 않는다.

야권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 말 야당 대표였던 문 전 대통령이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공세로 수세에 몰렸을 때, 문 전 대통령 측근들은 친문 의원들에게 “위기 돌파와 집권을 위해 2016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윤 대통령이 여당의 내분 수습 등을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과 통화하고 만나는 것이 진정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길일까. 115석의 국민의힘은 그 어떤 법 하나 통과시킬 의지도, 능력도 없다. 결국 주요 국정 과제를 뒷받침할 입법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서라면 윤 대통령은 야당과 만나고 수시로 통화하며 설득해야 한다. 제1야당의 수장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 만나기 곤란하다면, 원내대표를 만나면 된다. 어차피 국회 입법과 예산안 처리 등은 모두 원내대표의 몫이다. 협치의 시작은 결국 윤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