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위, 당헌 개정안 통과시켜… 추석前 새 비대위 출범 속도전 주호영 포함 비대위원 전원 사의… 이준석 “가처분 맞을게 두려워서 비대위원장 누구인지도 못밝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국위원회에서 윤두현 전국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왼쪽)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민의힘이 5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 요건을 구체화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추석 연휴 전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라는 목표에 따라 절차를 초고속으로 밟아가고 있는 것.
그러나 막상 새 비대위를 이끌 비대위원장은 여전히 미정이다. 당초 지난 주말 동안 고심한 뒤 이날 새 비대위원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르면 7일 새 비대위원장을 발표하겠다고 물러섰다. 이를 두고 이준석 전 대표는 “가처분이 두려워 비대위원장이 누군지도 못 밝히는 비대위를 이제 추진하느냐”고 비판했다.
○ 與, 추석 전 ‘새 비대위’ 출범 속도전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 요건을 구체화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당 대표 사퇴 등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 등 궐위’, ‘그 밖에 최고위에서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한 경우’ 비대위를 둔다고 규정했다. 앞서 법원이 이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에서 비대위를 구성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한 만큼 당헌·당규를 고쳐 법적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곧바로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상임전국위를 개최해 개정한 당헌을 토대로 현재의 당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했다. 당 전국위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윤두현 의원은 상임전국위 뒤 기자들을 만나 “상임전국위원들은 현재 당이 처한 상황이 비대위 설치 요건에 해당하고 설치의 필요성도 있다고 해석했다”며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건은 새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다. 한 여당 의원은 “주 위원장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느냐는 목소리가 강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주 위원장이 그대로 이끌면 ‘당이 하나도 변한 게 없다’는 거센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당초 약속과 달리 새 비대위원장 발표를 미룬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 비대위원장 발표 시점에 대해 “목요일(8일) 전국위가 있기 때문에 수요일(7일) 오후 늦게나 목요일 오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 이준석 “가처분 맞을 것이 두렵나”
마땅한 새 비대위원장 후보군이 떠오르지 않는 배경에는 이 전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가처분 공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새 비대위가 출범해도 14일 열리는 가처분 심문 등 법원의 결정에 따라 또다시 비대위 좌초 상태가 될 수 있다”며 “비대위의 확실한 지위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도 선뜻 선장을 맡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가처분 맞을 것이 두려워서 비대위원장이 누군지도 못 밝히는 비대위를 이제 추진하느냐”며 “가처분이 아니라 민심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까”라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8일 새 비대위 출범에 맞춰 추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본인을 지지하지 않는,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듯이 공격하는 그런 태도야말로 결국 부메랑이 돼 이 전 대표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불안정한 속도전을 이어가는 사이 이 전 대표는 계속해서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전날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그는 이날은 경북 칠곡 석담종택에서 진행된 불천위(不遷位) 제사에 갓을 쓰고 제례복을 입은 채 참여했다. 보수 진영의 안방 격인 대구·경북 유권자들을 의식한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