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1.7%(약 5만3800명)가 “학폭 피해” 초등생 응답률 3.8%로 가장 높아 언어폭력 41.8%, 신체폭력 14.6% 순
올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초중고생 비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등교 수업이 확대되면서 학교폭력 발생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진행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자체 조사를 실시하기로 해 이번 조사에서 빠졌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1.7%(약 5만3800명)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전수조사가 처음 시행된 2013년(2.2%)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학교폭력 피해 비율은 2016년과 이듬해 0.9%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2019년 1.6%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증가한 2020년 0.9%, 2021년 1.1%로 낮아졌지만, 학교 수업 정상화로 학교폭력 발생이 다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연도별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이 3.8%로 가장 높았다. 이는 2013년(3.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유경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은 “학교 수업 정상화 후 친구들과 신체적, 언어적 소통이 늘었다”며 “초등학생은 중고교생에 비해 습관적 욕설이나 비속어 사용을 더 민감하게 학교폭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고교생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각각 0.9%, 0.3%였다.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비율이 41.8%로 가장 높았고, 신체폭력 14.6%, 집단 따돌림 13.3% 순이었다.
언어폭력 비율은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3년 이후 줄곧 33~35%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41.7%로 급등했고,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원격수업 확대로 2020년 12.3%까지 올랐던 ‘사이버폭력’ 비율은 지난해 9.8%에 이어 올해 9.6%로 낮아졌다.
교육부는 경찰청, 여가부 등과 함께 학교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즉시 신고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등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해 학생의 학생부 기록 삭제 요건을 강화하도록 초등교육법 시행규칙도 개정하기로 했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겅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 폭력 문제가 줄어들다가 재난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또래 간 갈등을 조절하는 경험이 줄어들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초조함을 폭력적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의 심리와 정서 지원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