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지 말라고 3일 전 강화제도 줬는디…속절 없이 쓰러진 자식들을 본께(보니까) 눈물이 나요.”
제 11호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지나간 6일 오전 전남 진도군 고군면 남모(71·여)씨의 대파밭.
3956㎡ 규모의 밭엔 초록빛을 띤 대파들이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방향 대로 줄줄이 쓰러져 있었다. 이미 20~30㎝나 자란 대파들이 왼편으로 일제히 쓰러져 있는 모습은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태풍이 닥치기 3일 전 대파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뿌리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약을 뿌려뒀지만, 초속 40여m의 강풍을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남씨는 쓰러진 대파를 일으켜 세웠지만 파는 이내 한쪽으로 기울었다.
남씨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안 쓰러진 거 찾아보기가 힘들지요잉”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늙은 나 혼자 이것들을 다시 세우고 감당해야 한께 눈물이 나”라며 흐느꼈다.
대파밭 옆에 위치한 4628㎡ 규모의 논도 도복(벼 넘어짐) 피해를 입었다.
알곡이 가득 차 이제 막 고개를 숙인 벼들은 강풍을 맞고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절반은 45도 각도로 쓰러져 있었으며, 나머지 절반은 빗물과 함께 진흙 속에 파뭍혀 있었다. 땅엔 강풍에 날린 벼 낱 알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
추수를 한 달 앞두고 기대감에 부풀어야 할 남씨의 얼굴엔 먹구름이 잔뜩 꼈다. 남씨는 떨어진 낱알을 주우며 “물에 푹 젖어서 썩어불겄네”라며 한숨을 쉬었다.
남씨는 쌀값 폭락에다 수확할 수 있는 벼도 적어 걱정이 앞섰다. 넘어진 대파와 젖은 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인건비도 여의치 않다.
태풍으로 도복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진도 농민 박모(77·여)씨는 “쌀 값이 떨어져 마진도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은데, 수확할 벼가 다 침수돼 올해 벼를 거둘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쓰러진 벼를 세우고, 물길을 확보하는데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힌남노’로 인한 전남 지역 농작물 피해는 도복 522㏊, 낙과 578㏊, 침수 24㏊로 집계됐다.
[진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