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를 맞아 연 10%대 이자를 주는 적금 등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속속 출시되고 있다. 5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직장인 김모 씨(31)는 최근 주식에 투자했던 자금 1000만 원가량을 빼 정기 예·적금 상품에 넣고 있다. 고금리를 주는 특판 상품이 나오거나 예·적금 금리가 인상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1000만 원을 쪼개 가입하고 있다.
김 씨는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데 은행, 저축은행 예·적금 금리가 계속 올라 과감하게 투자금을 옮겼다”며 “최대한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워도 웬만하면 맞추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은행과 저축은행들이 높은 이자를 주는 예·적금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예대금리 차(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 공시 등의 여파로 연 10%대 고금리 적금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은 최고 연 10% 금리를 주는 '웰뱅워킹적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계약 기간에 집계된 걸음 수에 따라 최고 연 8%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적금이다. 최소 100만 보를 달성하면 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최대 500만 보를 달성하면 8%의 우대금리가 제공되는 구조다. 12개월 단일 약정으로 월 20만 원까지 저축할 수 있다.
광주은행은 최고 연 13.2% 금리를 제공하는 ‘행운적금’을 내놨다. 2023년 3월 12일까지 매주 월요일에 적금 가입 고객에게 6개의 숫자 조합으로 이뤄진 행운번호를 배정하고 추첨을 통해 당첨된 계좌에 연 10%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식이다. 12개월간 월 5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도 한국야쿠르트(hy)와 제휴해 우대금리 조건을 갖추면 최고 연 11.0%의 금리를 제공하는 ‘신한 플랫폼 적금(야쿠르트)’을 선보였다.
예금 금리도 이미 연 4%대에 진입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플러스회전식정기예금'과 HB저축은행의 '스마트회전정기예금'은 최고 연 4% 금리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도 'NH올원e예금' 상품에 0.2%포인트 추가 금리를 얹어 최고 연 3.55%의 금리를 주는 특판 예금을 이달 말까지 판매한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는 것은 최근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4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도 매달 큰 폭으로 늘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768조5434억 원으로 한 달 새 17조9776억 원 불었다.
여기에다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예대금리 차 공시로 은행들의 ‘이자 장사’ 성적표가 공개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금리 차 공시 이후 예대금리가 큰 폭으로 벌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수신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환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