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 또 다시 포격이 발생해 외부와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전력망에서 분리됐다. 유럽 최대 규모 원자력 발전소가 ‘핵 참사’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원전 운영사인 우크라이나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은 5일 “원전 인근 포격에 따른 화재로 원자로 6호기가 전력망에서 분리 및 차단됐다”며 “우크라이나 전력 시스템의 핵심인 자포리자 원전과 화력발전소를 연결하는 마지막 전력선이 단절됐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자로 6호기는 단지 내 원자로 6기 중 마지막까지 운영되던 원전이다. 3일 원전 단지 인근 포격 등을 이유로 원자로 5호기가 전력망에서 차단된 이후 최소 전력 생산을 위해 6호기만 운영돼왔다.
하지만 자포리자 원전 주변 포격이 이어지면서 원전 참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포격으로 전력선 자체가 손상된다면 인력을 투입해 수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원전 전문가 에드윈 라이만은 뉴욕타임즈(NYT)에 “(섬 모드 운영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대체 전력 생산에 시간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원자로에 전력이 끊긴다면 원자로 냉각을 위한 냉각수 순환에 차질을 빚어 원자로 노심용융(원자로에 냉각수 순환이 되지 않아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사고) 같은 핵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볼리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도발로 자포리자 기지는 방사능 재앙에서 한 발짝 거리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자포리자 원전을 시찰 중인 IAEA는 6일 유엔(UN) 안정보장이사회에 사찰 결과 보고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