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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덮친 경주에 나타난 ‘아쿠아맨’…침수車 8대 구했다

입력 | 2022-09-06 17:38:00

시민 구강민 씨(28)가 2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폭탄이 쏟아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를 지나 경주 방향 도로에서 침수된 차량을 구조하고 있다. 뉴스1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폭탄이 쏟아진 경북 경주에서 침수된 차량 8대를 구조해낸 시민이 있다.

6일 뉴스1에 따르면 25t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구강민 씨(28)는 전날 태풍으로 인해 일을 쉬었다.

경주시 동방동에 거주하는 구 씨는 6일 오전 6시경 폭우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없는지 동네 주변을 살폈다.

구 씨는 흙이나 모래, 자갈이 깔린 산과 계곡 등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취미로 하고 있다. 그는 큰 바퀴와 각종 장비로 튜닝한 구형 갤로퍼를 타고 경주 시내를 순찰하다가 오전 7시경 형산강 옆 나정교삼거리 복개도로에서 첫 침수 차량을 발견했다.

시민 구강민 씨(28)가 2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폭탄이 쏟아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를 지나 경주 방향 도로에서 침수된 차량을 구조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뉴스1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아반떼 승용차에서 차 주인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구 씨는 밧줄이나 쇠사슬로 무거운 물건을 끌거나 들어 올리는 ‘윈치(winch)’를 이용해 해당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이어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인근 도로가 침수됐다는 소식을 들은 구 씨는 곧바로 달려가 소형차, 중형차, 수입 외제차, RV 등 하루 동안 8대를 구조했다.

그는 “나도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고 운전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차량이나 운전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프로드 동호회에서 서로 돕는 일이 습관처럼 몸에 밴 것 같다”며 “이런 재해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만, 또 일어난다면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시민 구강민 씨(28)가 2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폭탄이 쏟아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를 지나 경주 방향 도로에서 침수된 차량을 구조하기 위해 차주와 함께 차를 옮기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경주 지역에는 시간당 최대 110㎜의 폭우가 내렸다. 경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3분경 87세 여성이 주택에 토사가 유입돼 매몰되면서 사망했다.

이번 태풍에 따른 공공시설 피해는 도로침수 29건, 도로사면 유실 25건, 하천호안 붕괴 35건, 도로붕괴 14건, 임시다리(신당천 물천교) 붕괴 1건이다. 또 주택침수 350가구, 농경지 침수 800㏊의 사유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시는 현재까지 피해액은 130억 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