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애미대 교수 연구팀 분석 “오로지 가격만 본다” 답변도 자기 말만 늘어놓는 기업 꺼려 혁신 아이디어-기존 관계 뒤이어
‘세일즈맨을 키우는 것은 8할이 거절’이라는 말처럼 영업에서 실패 확률은 대단히 높다. 2016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세일즈 제안이 거절될 확률은 실제로 평균 90%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의 조직이 실패로 끝난 세일즈 제안을 다시 들추려 하지 않았다. 이미 끝난 사안이기도 하고 고객이 왜 거절했는지 이유를 잘 알려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해 고객 관점에서 실패한 세일즈 제안의 원인을 분석했다. 세일즈 제안을 받은 기업 구매팀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총 113건의 거래에 대한 1500쪽 분량의 의견을 기록했다.
분석 결과, 구매자 담당자들의 의견은 총 5개의 주제로 수렴됐다. 가장 높은 비율을 점유한 주제는 계약 가격(23.8%)이었다. “다른 조건은 비슷하기 때문에 나는 오로지 가격만 본다”는 답변도 있었다. 두 번째는 프레젠테이션(21.7%)이었다. 세일즈 피칭을 하는 자리에서 고객 측의 반응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말만 늘어놓는 기업은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키오스크나 다양한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자신들의 계획을 멋지게 펼쳐 보이는 도전적인 기업들과 달리 진부한 방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가는 기존의 공급사들은 감점을 받았다. 세 번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제안(20.6%)이었다. 고객사의 비전과 가치에 걸맞은 혁신적인 제안이 없다면 거래를 트기도, 이어 나가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외 이미 거래 경험이 있는 공급업체가 있다는 의미의 ‘기존의 관계’(18.2%)와 고객사와 공급사 담당자 간 원활한 협업 여부를 뜻하는 ‘담당자 이슈’(15.8%)가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이어 회귀분석을 통해 구매자들이 기존 공급업체와 신규 거래를 노리는 도전자 기업에 대해 어떠한 인식 차를 가지는지 규명했다. 분석 결과, 구매자들은 간단한 이유로 도전자 기업의 제안을 거절했으며 거절의 주요 이유는 가격 문제였다. 반면 기존 공급업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나머지 거절을 하게 될 때,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다. 이때 주요 거절 사유는 ‘기존의 관계’와 ‘담당자 이슈’였다.
이 연구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신규 기업의 경우 간단명료하게 작성된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되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가져야만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다. 한편 기존 공급업체의 경우, 관계 강화 및 담당자에 대한 고객 만족도 강화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환 가천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verhoyansky@gachon.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