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매출 급증 힘입어 70% 증원
박성민 쿡앱스 대표이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직원들과 개발회의를 하고 있다. 쿡앱스는 신입 직원에게도 모든 게임의 매출액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쿡앱스 제공
하반기 채용 시장이 암울한 가운데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을 올 11월까지 채용하는 게임회사가 있다. 글로벌 캐주얼 게임의 강자 ‘쿡앱스’는 11월 13일까지 100여 명의 인력을 채용하는 ‘THE100’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체 직원 수가 140여 명임을 감안하면 70%나 증원하는 셈이다. 신입 직원의 연봉은 개발자와 비개발자를 가리지 않고 5000만 원부터 시작한다.
롤플레잉게임 ‘테일드 데몬 슬레이어’. 쿡앱스 제공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본사에서 박성민 대표이사(41)를 만났다. 박 대표는 “최근 4년간 매년 좋은 실적을 내면서 서양과 동양 문화권 모두에서 인기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내년 이후 글로벌 캐주얼 게임 시장을 선도할 인재를 영입할 적기라고 생각해 대규모 채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쿡앱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아예 채용 관련 내용으로 가득 채웠다. 채용 분야는 물론 채용에 유용한 팁까지 제공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지원자 중 최종 2차 경영진 면접까지 진행한 지원자에게는 면접비 100만 원을 지급한다. 지원자의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결과는 100시간 내에 알려줄 예정이다.
쿡앱스는 주 35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한다. 쿡앱스를 방문한 시각이 오후 2시였는데, 사무실은 한산했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두 시간이 점심 시간이다. 휴식 시간 보장과 자기계발을 위해서다. 유연근무제로 하루 7시간을 일하면 되는데, 오전 10시∼오후 7시에 일하는 직원이 많은 편이다. 근속 1년 이상 직원의 대학원 및 MBA 학비 90%를 지원해 준다. 매년 전 직원이 단체로 워크숍을 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주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박 대표는 2009년 대학교 3학년 때 친구인 김태은 쿡앱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공동으로 창업했다. 재학 시절 교수가 미국 스탠퍼드대의 커리큘럼을 가져와 당시 미국에서 막 뜨고 있던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제작을 과제로 냈는데, 이 숙제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간단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많게는 하루 250만 원의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 자극제가 돼 지금의 쿡앱스가 탄생했다.
쿡앱스는 전체 직원에게 모든 게임의 일별 사용자 수와 수익 등을 다 공개한다. 개발된 게임이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원들이 감각을 익히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리고 신입·경력 직원들에게 캐주얼 게임을 만들 기회를 많이 부여한다. 또 사내 게임 개발 경진대회인 ‘게임잼’을 통해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게임을 기획해 코딩을 하고 앱장터에 올린 뒤 마케팅까지 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쿡앱스는 아직 투자를 받은 적이 없다. 창업 이후 조금씩 낸 수익으로 지금의 쿡앱스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인재 채용 이후에는 투자를 받아 회사를 본격적으로 키우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며 “회사가 커지면 각 개발팀이 좀 더 자율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수익도 가져갈 수 있는 체제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성남=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