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등 20곳서 초대展
‘제1회 러쉬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는 LUSH 서울 강남역점. 발달장애 미술작가 최서은 씨의 작품이 윈도에 전시돼 있다. 러쉬코리아 제공
도심의 길거리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매장의 윈도는 기업의 브랜드를 알리고, 상품을 프로모션하는 치열한 경쟁터다. 시선을 가장 잘 끌어들이는 윈도는 섬세하게 연출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매장 윈도를 활용한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가 열린다.
영국의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코리아’가 올해 20주년을 맞아 서울 이태원, 가로수길을 비롯해 전국 20개 매장에서 ‘러쉬 아트페어’를 개최한다. 한 기업의 매장이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팝업 아트페어 갤러리로 변신하는 셈이다. 러쉬코리아는 올 7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오티즘 엑스포’에서도 국내 발달장애 예술가 26명이 심각한 멸종 위기에 몰린 야생동물을 그린 ‘멸종 위기 동물전’ 전시회를 열었다. 이번에는 전국 20개 지역의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창조성과 독창성, 상상력이 담긴 예술작품을 매장 윈도에 전시하는 아트페어를 개최했다.
“현대성은 경계를 파괴하고 융·복합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어우러지도록 한다. 매장은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윈도를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전환했다. 말 그대로 ‘원 플레이스 멀티 유스(One Place Multi Use)’다. 이곳에서 소비자는 관람객이며, 생산자이고 크리에이터가 된다.”(우미령 러쉬코리아 대표)
러쉬는 그동안에도 국내에서 보디로션 채러티 팟의 판매금을 모아 발달장애인들의 평등한 조화를 위한 자조 모임 ‘꿈과 나눔’을 후원하고, 영국에서는 다운증후군 작가와 콜라보한 천 포장재 ‘낫랩(Knot Wrap)’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번 러쉬 아트페어는 서울 대학로점(양예준 작가), 강남역점(최서은), 이태원역점(권태웅) 등을 비롯해 경기, 충청, 전라, 경상, 제주의 러쉬 매장에 해당 지역에서 살고 있는 발달장애 작가를 초대해 릴레이 전시를 펼친다. 9월 29일부터 11월 7일까지는 강원국제트리엔날레와 콜라보한 러쉬 아트페어가 열린다.
아티스트의 작품과 러쉬 제품이 따로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전시라는 점도 특징이다. 각 매장의 전시장에는 작가의 대표작과 어울리는 제품을 큐레이션함으로써, 스토리가 있는 컬래버레이션이 펼쳐진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 특징이 화려한 색채감과 창조적 형태여서 코스메틱 제품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세계 3대 아트페어인 영국 ‘프리즈’가 한국의 국제아트페어(KIAF)와 함께 열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MZ세대가 열광하고 있는 아트페어는 호텔방이나 카페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러쉬 아트페어를 기획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젬마 씨는 “아트페어의 진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림마켓의 ‘장소성’”이라고 말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