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7월 18일 일본 도쿄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 및 러시아 견제 등을 위해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봉합하고 협력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도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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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한성감옥. 29세의 열정적인 민족주의자가 독립 의지를 북돋우는 원고를 완성했다. 청년 이름은 이승만. 그는 저서 ‘독립정신’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한국 사회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한국 독립에 위협이 임박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일본의 35년 식민지배는 한국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역사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기보다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은 현재 한일관계의 더 밝은 새로운 장을 써내려가기 위한 비할 바 없는 기회를 맞고 있다.
오늘날 세계 각국 자주 독립을 토대로 하는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공격받아 위험에 처해 있다. 자유주의 세계 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과 일본이 함께 건설한 질서다. 한반도와 대만해협 평화와 질서 유지, 경제 강압으로부터 경제 회복력과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유지하고, 가짜정보와 사이버 공격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또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일까지 한국은 여러 위험에서 자유와 주권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이에 성공하려면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역사적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일본 국민은 일본이 한때 한국 국민을 어떻게 착취했는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군국주의가 일본을 사로잡고 전쟁 동원이 이어지면서 학대 강도가 커졌다. 남자들은 일본제국 육군을 지원하도록 징집됐고, 많은 젊은 여성은 군사기지에서 성노예로 전락했다. 또 조선인은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러나 이 암울한 시기는 역사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전후(戰後) 한국과 일본의 발전과 양국이 마주한 새로운 도전은 공동 가치와 이익을 두드러지게 한다. 한일은 규칙을 기반으로 한 질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맡은 만큼 미래를 위해 과거를 둘러싼 갈등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험 부족을 비전(vision)의 선명성으로 보완하고 있다. 정치적 부담을 지고도 일본과의 관계를 재정비하려는 의지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황금 같은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과의 강력한 유대관계는 많은 일을 해낸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최근 한일관계 위기는 2018년 11월 한국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 스미토모금속에 전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명령하면서 시작됐다. 한국은 같은 달 이른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상을 위한 재단을 해체하면서 긴장 수위를 높였다. 그리고 그 다음 달 한국 해군 구축함과 일본 해상초계기의 마찰로 오랫동안 계속된 한일관계 상처는 더욱 악화됐다. 일본은 2019년 봄까지 한국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화학제품 3종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해 핵심 소재 수출을 제재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앞으로 나올 강제징용 판결이 어떻게 되든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민관협의체의 성공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희생자와 유가족은 당연히 일본의 과거 실수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요구한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 일본인 역시 무한정 배상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둘째, 기시다 총리는 한국 기업이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소재에 다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수출 제재를 해제해 보답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더 나아가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안보협력체 ‘쿼드’ 차원에서 논의되는 공급망 확보 협의에 한국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해야 한다.
셋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이 군사적 충돌에 대한 명확한 규칙이나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만들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은 한반도 주변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을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이행된 뒤에야 한국과 일본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이슈들에 대한 한일 협력 확대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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