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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들, 홀몸노인에 “도시락 왔어요”… 태풍 속 추석 온정

입력 | 2022-09-07 03:00:00

“어려운 사람 마음 우리가 잘 알아”
취약계층 위한 도시락 봉사에 동참
“추석 앞두고 밥 굶는 사람 없어야”
무료급식소들, 비바람 속 정상 배식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간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지하에 사는 어르신(오른쪽)이 서초구와 서초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든든한식사업단’으로부터 도시락을 전달받고 있다. 사업단은 수해 지역 취약계층에게 추석을 앞두고 모둠전과 떡국 밀키트, 식혜 등을 배달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어려운 사람 마음은 어려운 사람이 제일 잘 알지 않겠어요?”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한 6일 오전 7시 기초생활수급자 김연주 씨(61)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한 주택 부엌에서 홀몸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도시락에 들어갈 전을 포장하고 있었다. 김 씨는 올 1월부터 서초구와 서초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든든한식사업단’의 일원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도시락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던 전날에도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도시락 조리에 빠지지 않았다. 김 씨는 “더 좋은 식사를 제공하고 싶어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도 공부하고 있다”며 웃었다.

5, 6일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놓인 가운데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온정의 손길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 비바람 맞으며 이웃에 도시락 배달
지난해 7월 시작된 ‘든든한식사업단’은 이번 태풍은 물론 지난달 수도권과 중부 지방의 기록적 폭우에도 도시락 배달을 멈추지 않았다.

서초구의 한 여인숙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양모 씨(57)는 “지난달 폭우 때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르는 바람에 가재도구가 전부 못쓰게 됐다. 방에서 라면 하나 끓여 먹기도 힘들었는데 수해 다음 날부터 사업단이 매일 도시락을 갖다 줘 굶지 않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지난달 폭우로 반지하 집이 물에 잠겨 피해를 봤다는 김모 씨(79)도 “아직 집 정리가 안 돼 음식 조리는 꿈도 못 꾸는데 한 끼라도 해결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며 “태풍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거르지 않고 도시락을 가져다 줘 따뜻한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1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는 차상위계층 유모 씨(61)는 “5년 전 경영난으로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았던 경험이 있어 생활이 어려운 분들 심정을 잘 안다”며 “추석에 혼자 있으면 더 외로울 텐데 도시락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 “굶는 사람 없어야” 태풍에도 문 연 무료 급식소
태풍 접근 소식에 초중고교 상당수가 휴교를 결정했지만 서울 시내 주요 무료 급식소들은 ‘추석을 앞두고 밥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며 5, 6일 모두 정상 배식을 했다.

동대문구 무료 급식소 ‘밥퍼나눔운동(밥퍼)’은 비바람이 심했던 5일 약 340인분의 점심을 배식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40대 딸과 함께 밥퍼를 찾은 이모 씨(67)는 “딸과 매일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한다. 태풍 때문에 배식을 안 하면 끼니를 거를 뻔했는데 문을 열어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60대 노숙인 A 씨도 “밥퍼에서 먹는 한 끼가 하루 식사의 전부인 날도 많다”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밥퍼를 운영하는 최일도 목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밥퍼를 찾는 어르신들이 ‘태풍이 와도 나는 꼭 올겨’, ‘우리 곁엔 밥퍼가 있으니 걱정이 없구먼’이라고 했다”고 썼다. 밥퍼에는 5일에도 17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였는데 이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인천에 사는 배모 씨(74)는 “딸들이 비바람이 몰아치니 나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태풍 때 한 끼 식사가 더 간절할 것 같아 봉사를 나왔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무료 급식소 사회복지원각(원각사)도 이날 점심 약 180인분을 배식했다. 급식소 운영 책임자인 자광명 보살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도 식사하러 수십 명이 와 줄을 섰다”며 “태풍보다 끼니 걱정이 우선이신 분들이 많아 음식을 평소처럼 준비했다”고 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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