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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지고 힘세지고… 여자농구 차세대 대들보 떴다

입력 | 2022-09-07 03:00:00

WKBL 박신자컵 삼성생명 우승 이끈 MVP 이해란




지난 시즌 여자 프로농구 신인왕 이해란은 누구보다 새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키운 파워를 경기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서다. 이해란이 5일 경기 용인시 삼성생명 체육관에서 드리블하는 자세로 카메라 앞에 섰다. 용인=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정규시즌 신인왕→컵대회 최우수선수(MVP).

프로 스포츠 선수가 1년 사이에 이 3가지를 모두 경험했다면 누가 봐도 ‘꽃길’을 걷고 있다고 할 것이다.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의 포워드 이해란(19)이 그렇다. 이해란은 지난해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의 지명을 받았고, 정규시즌에선 신인왕, 지난달 31일 끝난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선 MVP로 선정됐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나를 맡는 상대 팀 선수들이 만만하게 본다는 게 느껴졌다.” 5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삼성생명 체육관에서 만난 이해란은 ‘꽃길 신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상대가 자신을 만만하게 여기는 게 느껴져 자존심이 상하고 기가 죽은 적도 많았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끝난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최우수선수 (MVP) 상을 받은 이해란. 동아일보DB

실제로 그랬을까. 이해란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전체 30경기 중 28경기에 나가 평균 16분 51초를 뛰었다. 상대가 만만하게 보는 선수를 이 정도로 뛰게 할 감독은 세상에 없다. 그만큼 이해란은 자기만족 기준이 높은 선수라는 얘기다. 이해란은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5.8점, 3.1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1999년 출범한 여자 프로농구 역대 신인왕 중에서도 득점 8위에 해당한다. 이해란은 박신자컵에서 4경기 평균 18.3점, 7리바운드, 3도움을 기록하며 팀에 대회 첫 우승을 안겼다.

상대 선수들이 자신을 만만하게 본다고 느끼게 된 건 파워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해란은 키(182cm)에 비해 마른 편(64kg)이다. 이해란은 “고등학교 때는 힘에서 좀 밀려도 스피드 같은 다른 장점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프로에 와 보니 단점이 한번 노출되면 통하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였던 이해란은 빠른 발을 비롯한 운동 능력이 장점이다. 그를 1순위로 지명했던 삼성생명의 스카우팅 리포트에도 ‘큰 키에 기동력까지 우수함’이라고 적혀 있다.

컵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차지했지만, 그 이면엔 쉬는 날 야간운동까지 하는 부단한 연습과 끈기가 숨어있다. 용인=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이해란은 파워를 키우기 위해 독기를 품고 운동했다고 한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잘 안 붙는 체질인데도 근육량을 1kg 이상 늘리고 체지방률도 7.5%에서 6.9%로 낮췄다. 프로 데뷔 전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스쾃을 할 때 70kg을 달고 했지만 지금은 무게를 100kg까지 늘렸다. 이해란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만큼 힘든 순간에도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던 상대 선수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운동했다”고 말했다.

이해란은 박신자컵 서머리그 우승 이후 나흘간의 휴가를 얻었는데 3일만 쉬었다. 4일째엔 체육관으로 복귀해 혼자서 야간훈련까지 하며 다음 날 시작될 팀 훈련을 준비했다. 데뷔 2년 차에는 ‘신인이라 그렇다’는 핑계도 댈 수 없을 것 같아 집에서 쉴 때도 농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언니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운도 따랐던 것 같다”며 “새 시즌엔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 팀을 우승하게 만드는 주축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보면 정규리그 MVP도 받게 되지 않을까요?”

용인=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