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박신자컵 삼성생명 우승 이끈 MVP 이해란
지난 시즌 여자 프로농구 신인왕 이해란은 누구보다 새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키운 파워를 경기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서다. 이해란이 5일 경기 용인시 삼성생명 체육관에서 드리블하는 자세로 카메라 앞에 섰다. 용인=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프로 스포츠 선수가 1년 사이에 이 3가지를 모두 경험했다면 누가 봐도 ‘꽃길’을 걷고 있다고 할 것이다.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의 포워드 이해란(19)이 그렇다. 이해란은 지난해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의 지명을 받았고, 정규시즌에선 신인왕, 지난달 31일 끝난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선 MVP로 선정됐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나를 맡는 상대 팀 선수들이 만만하게 본다는 게 느껴졌다.” 5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삼성생명 체육관에서 만난 이해란은 ‘꽃길 신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상대가 자신을 만만하게 여기는 게 느껴져 자존심이 상하고 기가 죽은 적도 많았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끝난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최우수선수 (MVP) 상을 받은 이해란. 동아일보DB
상대 선수들이 자신을 만만하게 본다고 느끼게 된 건 파워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해란은 키(182cm)에 비해 마른 편(64kg)이다. 이해란은 “고등학교 때는 힘에서 좀 밀려도 스피드 같은 다른 장점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프로에 와 보니 단점이 한번 노출되면 통하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였던 이해란은 빠른 발을 비롯한 운동 능력이 장점이다. 그를 1순위로 지명했던 삼성생명의 스카우팅 리포트에도 ‘큰 키에 기동력까지 우수함’이라고 적혀 있다.
컵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차지했지만, 그 이면엔 쉬는 날 야간운동까지 하는 부단한 연습과 끈기가 숨어있다. 용인=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이해란은 파워를 키우기 위해 독기를 품고 운동했다고 한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잘 안 붙는 체질인데도 근육량을 1kg 이상 늘리고 체지방률도 7.5%에서 6.9%로 낮췄다. 프로 데뷔 전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스쾃을 할 때 70kg을 달고 했지만 지금은 무게를 100kg까지 늘렸다. 이해란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만큼 힘든 순간에도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던 상대 선수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운동했다”고 말했다.
이해란은 박신자컵 서머리그 우승 이후 나흘간의 휴가를 얻었는데 3일만 쉬었다. 4일째엔 체육관으로 복귀해 혼자서 야간훈련까지 하며 다음 날 시작될 팀 훈련을 준비했다. 데뷔 2년 차에는 ‘신인이라 그렇다’는 핑계도 댈 수 없을 것 같아 집에서 쉴 때도 농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언니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운도 따랐던 것 같다”며 “새 시즌엔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 팀을 우승하게 만드는 주축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보면 정규리그 MVP도 받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