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박수근미술상 차기율 작가
설치미술가 차기율 씨(61·사진)가 제7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로 6일 선정됐다.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강원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박수근 화백(1914∼1965)을 기리는 뜻에서 2016년 제정됐다.
차 작가는 돌이나 나무 같은 자연물을 이용해 설치와 회화 여러 분야에서 자연이 지니는 원초적인 힘을 실험해 왔다. 심사단은 “차 작가는 동양의 전통철학에 바탕을 두고 박수근의 치열한 예술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다”고 평했다.
‘박수근미술상’ 차기율 작가
야생 그대로의 재료들 사용해 “땅에 대한 애정이 내 본연의 모습”
‘도시시굴…’ ‘순환의…’ 작업 승화
“자연이 만든 대범함 이길 수 없어… 자연과 협업한다는 생각으로 작업
이번 수상 계기로 다시 한번 도약”
1일 인천대에서 만난 차기율 작가는 와이셔츠에 재킷을 차려입은 자신의 모습을 어색해하며 “별명이 ‘타이거’인데 지금은 호양이(호랑이+고양이)가 됐다”고 수줍어했다. 자연 자체를 작품 주제로 여기는 그는 “언젠가 인간이 없는 북극이나 남극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인천=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차기율 작가가 제일 먼저 떠올렸다는 계기란 뭘 뜻하는 걸까. 1일 인천 연수구 인천대에서 만난 그는 이를 “전력을 다해 작업할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조형학부에서 제자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꽤 오랫동안 뭔가 창작에 집중하질 못하며 생긴 ‘공백’에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그런데 박수근미술상이 “다시 한번 삶을 도약시킬 힘을 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1985년 인천대를 졸업한 차 작가는 이후 약 10년 동안 여러 그룹전 등에 참가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 갔다. 하지만 1995년 두 번째 개인전을 마치고 난 뒤 무작정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귀국 뒤엔 1년 동안 작업을 멈췄다.
그 결과로 내놓은, 1999년 서울 종로구 토탈미술관에서 개최한 개인전 ‘땅의 기억’은 차 작가의 예술 활동에 커다란 변곡점이 됐다. 이제는 그의 시그니처로 여겨지는 돌과 흙, 나무 등 야생 그대로의 재료들을 본격적으로 ‘화이트큐브’(전시장) 안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갯벌에 게들이 구멍을 판 부분들을 모아 불에 구운 설치 작품 ‘고고학적 풍경―불의 만다라’. 박수근미술관 제공
포도나무와 자연석, 철을 이어 붙인 설치 작품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 자연과 인공물의 조화를 표현한 작품이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설치미술을 주로 하다 보니 전시가 끝나면 작품을 해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차 작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는 “예술은 시각적 산물에 그치지 않고 정신이 바탕이 된 영적 산물”이라며 “의미 없이 소멸되는 게 아니라 예술에 대한 신념과 삶에 대한 열렬한 긍정이 남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그 매화나무가 고사했어요. 안타깝지만, 이 나무를 활용해 10월 수원국제예술제 ‘온새미로 프로젝트’에서 작품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일평생 아들의 삶이 녹록지 않은 것을 걱정하면서도 응원했던 어머니에게 이렇게라도 뭔가 갚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는 오늘도 그렇게 나무를 다듬고 자른다.
인천=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