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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정부, 징용배상 해법 日에 내달 제시 방침

입력 | 2022-09-07 03:00:00

기존 피해자지원재단 통해 배상
日 정부-기업에도 참여 요청할듯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집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9.2 뉴스1


한국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관련 해결 방안을 다음 달 일본 정부에 제시할 방침이다. 정부는 기존 재단을 활용하되 일본 정부나 기업도 배상 주체로 참여시켜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안을 우선순위로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걸림돌인 강제징용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내는 건 일본 전범기업 자산을 강제 현금화하라는 대법원 결정이 다가오는 만큼 더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2014년 설립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활용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안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금 신설 등 절차를 밟기엔 시간이 촉박한 게 사실”이라며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이제 정상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주체로 내세우기에 걸림돌도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에 우리가 정리한 배상 방안을 전달할 때 일본 역시 배상에 일정 부분 기여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특히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나 기업의 사과를 어떻게 받아낼지도 관건이다.




정부, ‘징용 해결’ 강한 의지… 日측 배상 참여 여부가 관건


日에 내달 해법 제시 방침

이달 유엔총회서 정상회담 성사시
尹, 기시다에 협조 요청할 수도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마련한 해법을 다음 달 일본 정부에 제시하기로 한 건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본격 나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대법원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특허권 2건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 사건을 좀 더 들여다보겠다며 최종 판단을 늦췄다. 정부 입장에선 한일 관계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한 시간을 일단 벌게 된 것. 다만 향후 대법원이 매각명령에 대한 판단을 달리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시한폭탄은 여전히 안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불안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피해자들을 직접 만났고, 5일 4차 민관협의회를 끝으로 그동안 각계각층 의견도 어느 정도 수렴했다고 보고 이제 일본과 본격적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 위해 나설 시점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우선 염두에 두고 있는 해법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대위변제’ 방안이다. 대위변제는 채무자 대신 제3자가 우선 배상한 뒤 채권자로부터 권리를 넘겨받아 이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한 민관협의회에서 기존 재단이나 새롭게 창설할 기금 등이 문제 해결 주체가 되고 한일 양국 기업이 갹출한 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이 지급할 돈을 기금 등으로 대체해도 법적으로 원고(강제동원 피해자)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전문가들로부터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우리가 먼저 변제해주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일본 정부나 기업의 배상 참여는 필요하다고 보는 만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설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중순 유엔총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게 이러한 해법과 관련해 이해를 구하고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부는 일본의 사과나 유감 표명 방식 등에 대해선 우선 어떻게 우리 입장을 정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1)는 2일 박 장관을 만나 “일본의 사죄를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