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강타] 포항 아파트 2곳서 11명 물속 갇혀… 주민 2명 수색작업 중 극적 구조 태풍 힌남노, 시간당 100mm 물폭탄… 폭우에 하천 범람 지하주차장 침수
물에 잠긴 지하주차장서 12시간만에 구조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지나간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차량이 흙탕물에 잠겨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전 6시 반경 “침수 가능성이 있으니 차량을 밖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관리사무소 방송을 듣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던 주민 10명이 실종됐다. 이날 밤 소방당국, 경찰, 해병대의 대대적인 수색 작업으로 실종됐던 주민 2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오른쪽 사진). 포항=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가면서 7일 0시 30분 현재 전국적으로 9명이 숨진 상태로 발견되고 3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에선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를 빼러 내려간 아파트 주민 10명이 실종돼 소방당국과 해병대 등이 밤늦게까지 수색 작업을 벌여 이 중 2명을 구조했다.
이날 오전 4시 50분경 경남 거제 부근으로 상륙한 힌남노는 경북 경주와 포항에 시간당 최대 100mm 안팎의 폭우를 뿌리며 막대한 피해를 남긴 뒤 오전 7시 10분경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머문 시간은 짧았지만 피해는 작지 않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1분경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주민 다수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에 나섰다.
이 밖에도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 가족과 함께 대피하던 70대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고, 울산에서 음주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25세 남성이 울주군 남천교 아래 하천에 빠져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잇달았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전국에서 주택 72채가 침수되고 어선 14척이 파손되는 등 재산 피해가 190건 발생했다. 농경지 4000여 ha가 침수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집계가 계속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4533명이 대피했다.
정전 피해도 전국에서 발생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0분까지 200건의 정전이 발생해 전국 8만9203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한편 힌남노가 한반도를 빠져나가면서 항공편 등은 운항이 전면 재개됐다. 전날 오후 8시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일부 일반열차와 고속열차 운행을 중단하거나 조정하려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단계적으로 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김포국제공항과 제주국제공항 등도 이날 오전부터 항공편을 정상 운항했다.
“차 빼세요” 방송 듣고 지하주차장으로… 하천 급류 쏟아져 고립
포항 아파트 2곳서 주민들 사망-실종
오전 6시30분 관리실 “차량 이동을” 30분뒤 인근 하천 범람해 주차장 침수
주민들 한꺼번에 몰려 못 빠져나온 듯… 수색대 등 투입해 2명은 극적 구조
전문가 “폭우땐 지하주차장 피해야”
“아는 분이 지하주차장에 고립된 거 같아요. 제발 도와주세요.”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태풍의 영향으로 물에 잠겨 있다. KBS TV 화면 캡처
11호 태풍 ‘힌남노’가 쏟아부은 폭우로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면서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내려왔던 주민 10명이 실종됐고, 이 가운데 2명이 이날 밤 극적으로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중장비를 투입해 배수 작업을 진행했고, 실종자를 찾기 위해 해병대 특수수색대까지 투입됐지만 시야가 불투명해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 “차 빼야 한다” 방송 듣고 내려갔다 실종
이어 오전 8시경 주차장 전체가 완전히 물에 잠겼고 주차장에 갔던 일부 주민이 고립돼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소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에 배수구가 총 3곳이 있는데 물이 한꺼번에 많이 유입되면서 배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차장에 진입한 소방대원과 해병대원들이 이날 밤 전모 씨(39)와 김모 씨(52·여)를 극적으로 구출했다. 그러나 6명은 사망한 상태로 발견돼 7일 0시 30분 현재 남은 실종자는 2명이다. 수색 상황에 따라 실종자가 더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관리소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 주민 박모 씨(42)는 “방송을 듣고 밖에 나가자 지상은 이미 물이 무릎까지 차 있었고, 주차장 내부도 상당 부분 물이 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일부 주민은 주차장에서 헤엄을 치며 올라올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모 씨(42)는 “주민들이 한꺼번에 아파트 진입로 쪽으로 몰리면서 정체 현상까지 벌어졌다. 뒤에 서 있던 주민들이 실종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주민 일부는 포항시가 지난해까지 진행한 냉천 산책로 및 공원 공사를 범람 원인으로 지목했다. 주민 김모 씨(65)는 “공사가 끝난 후 비가 올 때마다 하천이 불어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 배수 더뎌 실종자 수색 난항
전문가들은 수해 시 지하주차장 침수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선 지하주차장에 가지 않는 것이 정석”이라며 “차를 빼라고 한 건 (관리소 측의) 명백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태풍이 들이닥치기 전 지하에 차를 두면 안 된다고 관리실에서 먼저 안내를 했어야 한다”며 “지자체도 안전관리자들에 대해 교육을 했다면 이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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